[소액주주가 묻고 김용남이 답하다] ➀ "회장님이 기업의 주인인가"

<소액주주 플랫폼 대표와 개혁신당의 지상대담> ①
국내 자본시장에선 '회장'이란 지배주주만 주인 행세
소액주주, 회의 자료에 대한 접근성 떨어져 소송 불가
"모범적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예는 메리츠금융지주"
투자→배당성장→고용의 선순환 지배구조 가져야

김선엽 승인 2024.02.07 15:52 | 최종 수정 2024.02.08 10:28 의견 0

한국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른바 저(低)PBR 쇼크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3% 가까이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 만으로 이런 밸류업은 매우 이례적이다. 92년 한국 증시를 흔들었던 '저PER주 혁명'에 버금가는 충격이 올해 우리에게 올 것인가. 아니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한바탕 '쇼'에 그칠 것인가.

한국 거버넌스 개혁의 최전선에는 수십여개에 달하는 소액주주연대와 그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소액주주 플랫폼이 있다. 그리고 또 한 편에는 올 초 정치권에서 PBR혁명의 불을 지핀 바 있는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이 있다. 개혁신당은 PBR 정상화를 통해 코스피 5000을 달성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대표와 김 의장의 지상대담을 <주주경제신문>이 전한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운영사인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와 헤이홀더 허권 대표가 소액주주를 대표해 질의를 던졌다.

다음은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ACT) 운영사인 컨두잇 이상목 대표의 질의와 김 의장의 답변이다.

▶ 이 대표 : 검사 출신이 소액주주 운동을 지원한다고 해 좀 의아했다. (1월 15일) 발표문을 보고 취지는 충분히 이해했는데 의장의 개인적인 동기가 특별히 있는지 궁금하다.

▷ 김 의장 : 검사 시절 자본시장 관련 수사를 여러 번 한 것뿐만 아니라, 재직 중 국비 유학을 갔다 오면서 쓴 논문은 영국의 증권거래 규제에 관한 논문이었고, 이후에 취득한 석사학위 논문도 우리나라의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 관련 논문이었다. 벌써 20년 넘게 자본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 거버넌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업이 주식투자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일들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없겠다고 느꼈고, 이에 대중들이 직접 상장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소액주주 운동을 지원하게 되었다.

▶ 이 대표 : 김 의장님의 개인적인 주식투자 경험은 어땠는지 알고 싶고 기업을 고르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 김 의장 : ‘주식투자자는 기업과 함께 성장하면서 그 이익을 공유하는 주인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요소 중에 ‘ESG(Environmental, Social Responsibility, Governance)’, 그중에서도 ‘G’에 해당하는 기업거버넌스를 많이 고려한다. 다만, 공직 생활 기간이 길었던 이유로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를 한 기간이나 금액은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주식 종목을 하나만 꼽자면, 꾸준히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하여 주주환원을 하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이다. 금융지주 이외에 상장되어 있던 2개의 회사를 비상장으로 보유하며 ‘변형된 한국식 지주회사제도’를 깨는 모범을 보였다.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사진=개혁신당 제공]

▶ 이 대표 :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1) 제도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과 2) 사회문화적으로 가장 필요/기대하는 움직임은 어떤 부분이 있는가.

▷ 김 의장 : 우선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소액주주 등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경영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때문이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어떠한 개발도상국도 이러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제도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입법 과제 8개를 지난 1월 15일 개혁신당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으로 제가 발표한 바 있다. 이사의 모든 주주에 대한 비례적 이익에 대한 충실의무화, 물적분할을 통한 이른바 쪼개기 상장의 금지, 전자투표의 의무화 등이다. 이러한 입법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상장기업의 거버넌스는 비약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먼저 주식투자자는 단순히 매매차익을 노리는 단기 투자자가 아니고,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주식은 기업에 투자하고 그 이익을 나누는 것이 본질이다. 따라서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도 기업에 자금을 제공해주는, 기업 성장에 필수적인 에너지 공급원이자 권리자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내 자본시장은 아직도 이른바 ‘회장’이라고 하는 지배주주만이 기업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있다. 따라서 이 인식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다만 소액주주들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관철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근 액트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집단지성 플랫폼들이 나타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 본다. 이런 플랫폼들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어 주주 민주주의를 통한 기업의 경영개선으로 모든 주주와 기업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이 대표 : 공매도 금지는 졸속정책이라고 했는데, 공매도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입장이 궁금하다. 개인과 기관에게 각각 공매도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보는가.

▷ 김 의장 : 지난해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는데, 찬성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다음 차익을 얻는 투자방법으로, 주로 주가가 급등한 종목에 공매도하고자 하는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이상과열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규모 있는 펀드들은 롱숏펀드(LONG SHORT FUND)가 많은데, 공매도(숏)를 할 수 없으면 매수(롱)도 하지 않아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공매도는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고 신뢰를 높여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활성화를 불러오는 순기능이 있는 제도로서 임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국내 증시의 장기적인 우상향을 꾀할 수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관과 개인의 허용범위에 대해서는, 대주거래/대차거래, 대여기간, 수수료 등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력의 불법적인 무차입공매도 등으로 인하여 손해를 본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공매도 제도 자체가 가진 문제가 아니라, 이런 불법행위에 대하여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처벌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 이 대표 : 집단소송에서의 증거개시제도와 지배구조 개선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좀 더 설명 부탁드린다.

▷ 김 의장 : 우리나라는 아주 제한된 경우에만 증권관련집단소송이 허용되고 있다. 절차도 대단히 복잡하여 최종적인 결론이 나는데도 장기간이 소요되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집단소송제도도 개혁하여야 하며, 아울러 영미법상의 증거개시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해야한다.

소액주주들이 상장기업 경영진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어 재판을 제기하는 경우, 민사소송의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원고인 소액주주가 회사 측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증거를 직접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소액주주는 회사 내 회의록이나 각종 검토보고서 같은 회사 측의 자료에 대해 접근을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소송을 할 수 있겠나?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한국법원에 제기한 것이 아니라, 미국법원에 제기하였다. 미국에선 증거개시제도(소송의 상대방이 요구하는 서류 등의 증거를 강제적으로 제출하게 하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기업도 상대방 기업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미국의 제도를 이용하는 상황인데, 하물며 소액주주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도 증거개시제도(discovery)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하여야 한다.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가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창당대회에서 지도부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개혁신당 제공]

▶ 이 대표 : 상속세율 관련해서는 여론을 생각하면 의회 내 관철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인다. 설득 방안이 알고 싶다.

▷ 김 의장 :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인데, 여기에 과점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20%를 할증하므로 최대 60%에 달한다. 따라서 일부 기업은 주식의 가격이 오르게 되면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일부 매각한다. 이렇게 되면 자녀에게 상속해줄 주식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속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주가가 오르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생긴다. 따라서 주가 상승의 억제요소인 과도한 상속세율에 대한 인하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지금 당장 상속세율을 인하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와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조금 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이에 대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할 입법과 제도를 완비하여야 한다. 입법과 제도를 완비한 다음 여러 개혁과제들을 완수하여 기업 거버넌스가 개선되고 이에 따라 주가 상승이 오면, 과점주주의 상속세 부담도 이에 비례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과점주주에 대한 가중된 상속세율인 60%를 50%정도로 우선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선진화된 거버넌스로 인하여 주가상승을 직접적으로 목격하게 되는 시점이 오면 국민들의 추가적인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될 것이라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네 번째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이 대표 :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제한하고 지주사만 상장시킨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얽히고 설킨 그룹의 문어발식 구조부터 손봐야 할텐데, 김용남 의장이 생각하는 '좋은 기업지배구조,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 김 의장 : 좋은 기업의 지배구조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기업이란 대전제 하에서 기업과 투자자가 상생하고, 투자→배당성장→고용으로 선순환이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가장 좋은 예는 메리츠금융이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상장폐지가 되고 메리츠금융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게 되었다. 2023년 이후 주주배당을 50%,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이 보유한 자사주에 대한 소각계획 등의 주주환원 정책도 돋보인다.

이미 자회사, 손자회사까지도 모두 상장되어 있는 매우 이상한 형태의 한국식 지주회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율을 50%로 올리는 등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메리츠금융지주처럼 100% 지분율의 비상장 자회사로 만든 사례도 있지 않은가?

▶ 이 대표 :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전자위임장 도입 의무화와 관련해, 현재는 회사가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업체를 선정하도록 구조가 되어 있다. 이것을 각 주주가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업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변화를 주는 것이 어떨까? 의장님 견해가 궁금하다.

▷ 김 의장 : 현재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이 주총을 앞두고 시행할지 말지를 임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족수를 채워야 하는 경우에는 전자투표제를 채택하고, 물적분할 등 많은 주주가 참여하면 기업 측의 불리한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전자투표제를 미채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업체 선정의 주체에 대한 논의보다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이 선결문제이다.

전자투표제가 의무화된 이후에는 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K-VOTE’ 시스템을 활용 하는 방안, 주주가 전자투표 업체를 선정 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효율적인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소액주주 플랫폼

2020년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데이터 경제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 앱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종목을 인증함으로서 간편한게 소액주주간 의결권 위임이 가능해졌다. 소액주주를 '주총꾼'으로 치부하던 지배주주와 경영진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경영진 배임·횡령, 경영권 분쟁, 상장폐지 위기의 실적에 휘청이는 회사들이 소액주주 플랫폼의 주요 타겟이다.

■ 액트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지키는 파수꾼'을 슬로건으로 활동 중인 소액주주 플랫폼이다.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갈림길에 섰던 '이화그룹 계열 3사 사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DB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막아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올해 중으로 행동주의 기반의 사모펀드 운용사를 직접 설립할 계획이다. 작년 8월 기준 6000명이던 회원수는 올해 2월 기준 4만명 수준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유입 금액은 현재 3조3000억원이다.

■ 헤이홀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를 목표로 소액주주들에게 법률자문, 전자위임 등 주주 행동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22년 1월 런칭했다. 지난해 8월 아세아제지 주주연대와 함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펼쳐 아세아제지 창사 이래 최초의 대규모 주주환원을 이끌어내며 소액주주가 주도해 성공한 최초의 주주 행동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헤이홀더를 통해 모인 주식 가치가 약 2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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