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시총은 늘어도 코스피 지수는 왜 그대로일까

한국과 미국의 주가지수와 시가총액 갭의 차이
주주환원 규모의 차이가 양국 간 격차 만들어
S&P 500 기업들, 매년 시총의 3%씩을 사들여

주주칼럼 승인 2024.01.11 16:30 | 최종 수정 2024.01.12 09:21 의견 0

2022년 7월 리서치알음은 "그동안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질문, 주가지수란 무엇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가지수 산정방식과 미국의 주가지수 산정방식을 비교하며 그 차이로 인해 국내 주가지수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미국 나스닥 지수의 경우 신규상장 종목의 시가총액이 즉시 지수에 반영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 지수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스피 등 주요 주가지수를 산출하는 거래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리서치알음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거래소는 기업가치의 변화에 따른 순수 가격 변동만을 지수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코스닥과 나스닥 지수 모두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시가총액 증가가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스피, 코스닥, 나스닥과 같은 시가총액 가중방식지수의 산정 방식을 보면 주가가 올라서 기업가치가 증가하는 경우가 아니라 증자 등을 통해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기준 시가총액이 조정되기 때문에 주가지수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시가총액 가중방식의 지수를 산정하는 거래소 시장에서는 신규상장과 증자 등이 많은 경우 시가총액이 주가지수보다 더 크게 증가하여 그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리서치알음의 보고서보다 앞서 삼성증권과 중앙일보에서는 아래와 같이 코스피 지수와 시가총액, 나스닥 지수와 시가총액의 차이를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비교한 바 있다. 그림을 보면 코스피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지수에 비해 시가총액이 더 크게 증가하는 반면, 나스닥의 경우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수와 시가총액이 거의 비슷하게 증가했다.

거래소의 해명대로라면 나스닥도 신규상장이나 증자를 하면 시가총액이 지수보다 더 커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가 한국의 미국의 자사주 매입,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 규모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규상장 등의 증자가 있을 때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것과 정 반대의 현상이 (유상)감자다.

유상감자는 자본 일부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으로서 자사주 매입, 배당 역시 경제적 실질이 유상감자와 동일하다. 즉, 주주환원을 하면 시가총액이 줄어든다. 내재가치보다 싸게 자사주 매입을 하면 주당가치는 올라가지만 주주환원에 자사주 매입에 사용된 현금만큼 시가총액은 줄어드는 것이다.

내재가치보다 비싸게 주주환원을 하면 주당가치는 줄어들고 시가총액 역시 사용된 현금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시장 전체적으로 신규상장이나 증자 등으로 증가한 시가총액 규모와 주주환원으로 줄어든 시가총액 규모가 비슷하다면 시가총액이 지수를 앞질러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나스닥 지수가 나스닥 시가총액과 비슷한 것은 증자만큼의 주주환원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한국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실제 데이터를 보면 명확해진다.

여러 증권사와 데이터 제공업체의 자료를 보면, 미국 증시의 주주환원율은 거의 100% 전후(즉 기업이 번 돈 전부를 주주에게 환원)이고, 유럽, 일본, 대만 등은 50%를 훌쩍 넘는 데 반해, 한국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이 20%대에 불과하다.

하버드대학 로스쿨의 제시 프리드 교수 등이 쓴 논문에 인용된 골드만삭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S&P 500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평균적으로 매년 시가총액의 3%씩을 자사주 매입해왔다.

이는 10년으로 치면 시가총액의 30%를 자사주 매입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과도한 자사주 매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시 프리드 교수 등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규모와 비슷한 규모의 증자 역시 해왔기 때문에 순증감분으로 보면 자사주 매입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실증 데이터를 제시하며 이러한 주장을 반박한다.

즉, 미국은 자본의 조달과 주주환원이 균형 있게 이루어지고 있어, 기업가치 증가에 따른 시가총액 증가(이 경우 지수도 함께 상승) 외에, 자본조달에 따른 시가총액 증가분이 크지 않은 것이다.

반면, 한국은 주주환원율이 낮을 뿐 더러, 매입한 자사주 역시 대부분 소각되지 않고 나중에 백기사에 대한 매각이나 자사주 상호교환이 자주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각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주주환원으로 인정되지 않고, 실제 시가총액 산정 시에도 자사주를 주식수에 포함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자사주 매입을 해도 시가총액이 감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사주 매입 수급으로 인해 주가가 오르면 반대로 시가총액이 증가하기도 한다.

결국 한국과 미국의 주가지수와 시가총액 갭의 괴리는 주주환원율 및 규모, 그리고 자사주 매입과 관련된 제도와 관행의 차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자사주 제도의 개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기업들도 대주주 뿐 아니라 모든 주주를 위해 주주환원을 늘린다면 주가지수와 시가총액의 괴리는 좁혀질 것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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