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치에프알 소액주주 “주주는 무배당, 대표는 연봉 3배…감사 선임할 것”

2년 만에 실적 4배↑
자본유보율 2522%..자본금 25배 넘어
상장이래 무배당
향후 주주환원정책도 별도 순이익 20% 불과
자사주 소각 안 해
소액주주 “주주환원 계획 상장사 평균도 안 돼”

김나경 승인 2023.11.09 17:58 의견 5
에치에프알 로고. (사진=에치에프알)

통신장비업체 에치에프알의 소액주주들이 감사 선임을 목표로 실력행사에 나섰다. 2년새 실적이 4배가량 늘며 자본유보율이 2522%를 넘겼지만 주주환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대표이사는 3배 넘는 연봉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주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에치에프알 소액주주들은 행동주의 플랫폼 헤이홀더와 손잡고 에치에프알 감사 선임을 목표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 이날 기준 헤이홀더에 모인 개인투자자 지분은 12%이며 플랫폼에 집계되지 않는 법인투자자를 합하면 지분율은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헤이홀더 괸계자는 “사업보고서를 보면 특수한 기업에 전환사채 10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상처리한 부분이 있다. 관련 내용을 공문으로 발송한 적은 없고 금액도 크지 않지만, 회사가 사업부분에 잘 집중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주주들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회사는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만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에게도 동일한 IR을 제공해야한다. IR활동을 많이 할수록 시장 가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외부의 감시가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앞서 소액주주들은 지난 1일 사측에 ‘주주명부와 주총 의사록 열람 신청 요구권’ 등을 요구했다. 사측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은 이후 이사, 감사의 추가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에치에프알은 최근 2년 동안 해외 수주 급증으로 호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2020년 921억원에서 2021년 2064억원, 2022년 3663억원으로 4배가량 솟구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업이익도 직전년도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정종민 에치에프알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인 15억5200만원으로 인상됐다.

반면, 주주환원율은 0%를 기록했다. 에치에프알은 2018년 11월 코스닥 시장 상장이래 배당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에치에프알의 자본유보율은 2522.21%다. 자본금(67억원)의 20배 이상을 잉여금으로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2010억원 이상의 잉여금을 회사에 묵혀두고 있는 것이다.

자본유보율은 기업이 자본금 대비 얼마의 잉여금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로 100%는 기업이 자본금의 1배 되는 양을 잉여금으로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자본유보율이 높으면 신규사업 시 차입하지 않아도 돼 재무건전성과 안전성이 담보되나, 지나치게 높을 경우 투자나 배당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는 지난 9월 ‘2023·2024년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별도기준 순이익 15%±5% 주주환원 ▲그 중 70% 현금배당 지급을 발표했다. 자사주는 소각하지 않고 인수합병(M&A) 및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우선적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현물배당 ▲무상증자 등을 검토키로 했다.

소액주주들은 사측의 주주환원 정책이 상장사 평균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헤이홀더 관계자는 “정당한 분배가 필요하다. 사측이 제시한 주주환원은 최대 별도기준 순이익의 20% 정도로 이는 상장사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자사주를 인수합병과 전략적 파트너십에 사용한다는 것은 대주주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백기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평균 주주환원율은 29%이며, 이마저도 굉장히 낮은 주주환원율로 평가된다. 같은 기간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의 주주환원율은 각각 89%, 68%였으며 중국의 경우 31%다.

앞선 관계자는 “자회사 상장의 경우 쪼개기 상장이 의심되나 아직 이에 관한 소액주주들의 논의는 무르익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주경제신문>이 에치에프알의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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