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영풍제지 반대매매 유보

대양금속 일가, 영풍제지 주가조작 혐의
영풍제지 거래재개 후 88% 급락..3만원→4000원대
대양금속, 영풍제지 주식으로 576억원 차입
은행가 “반대매매 미룰 것”

김나경 승인 2023.11.04 22:07 의견 0

주가조작 의혹에 휘말린 영풍제지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이 회사 지분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금을 내준 은행들이 반대매매를 유보하기로 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영풍제지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4% 상승한 4120원에 마감했다. 앞서 영풍제지는 주가 조작에 휘말리며 지난달 19일부터 주식 거래가 차단됐다가 26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거래 재개 이후 주가는 어제(2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해 거래정지 전(3만3900원)보다 88.17%가량 폭락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영풍제지는 대양금속에 인수됐다. ‘2023년 대양금속 반기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대양금속이 영풍제지 보통주를 담보로 은행 등에 차입한 금액은 576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영풍제지가 주가조작 리스크로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자 이 회사 지분을 담보로 대양금속에 거액의 대출금을 빌려준 은행들은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

영풍제지 주가가 4000원대로 떨어지면서 반대매매를 해도 대출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대구은행은 영풍제지 보통주 80만 주를 담보로 60억원, 832만5000주를 담보로 240억원을 빌려줬다. 각각 1주당 7500원, 2882원 아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를 하더라도 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

농협은행은 영풍제지 보통주 166만6667주를 담보로 120억원을 빌려줬다. 1주당 약 7199원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 회수가 어렵다.

골드스퀘어제일차 주식회사 역시 영풍제지 200만 주를 담보로 120억원을 빌려줬다. 1주당 7800원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을 회수할 수 없다.

은행권은 손실만은 피하고자 반대매매를 미루는 분위기다.

농협 관계자는 “아직 농협 측은 반대매매를 하지 않았다. 주식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 반대매매를 하면 손해를 본다. 최대주주의 주가조작 리스크가 바로 회사의 상장폐지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풍제지는 대양금속 오너일가가 올 10월 영풍제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으며 하한가 사태를 맞았다.

대양금속의 최대주주 대양홀딩스컴퍼니 지분 96%를 갖고 있는 이옥순 씨의 아들 공 모 씨와 A투자조합 실질 운영자인 이 모 씨가 작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무려 2만9000여 회에 걸쳐 영풍제지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주가조작으로 작년 10월 3000원대였던 영풍제지 주가는 최근 4만원대가 돼 1년 만에 13배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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