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개인투자자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경영진의 일탈로 상장폐지 위험에 놓인 이화그룹의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한국거래소의 무책임, 증권사 결탁 등 개인투자자 보호 실태를 밝히러 나섰다.
5일 <주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1일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국회 정무위원외(정무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주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투자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다. 경영진의 문제를 개인투자자는 사전에 알기 어렵고 경영진의 부도덕이 밝혀지더라도 개인투자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피해를 뒤집어쓴다"라며 "한국거래소는 사전적 예방 차원에서 경제 관련 전과가 있는 사주의 상장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와 실질사주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시교란행위 특별법으로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기업과 증권사, 투자회사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도록 형령강화 및 특별검사 도입 등 강력한 제재수단이 필요하다"며 "비리기업과의 연루 의혹 혹은 그들과의 다수 거래 내역이 존재하는 증권사의 증시시장 개입에 대해 감시하고 사실로 확인될 시 시장에서 퇴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상장폐지 심사결과의 투명한 공개 ▲모든 주주가 전자투표 중간결과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것 ▲5% 대량보유고 공시를 빌미 삼은 사측의 막무가내식 주총 강행 제한 ▲전자투표 강제화 등도 주장했다.
현재 이화그룹 상장 3사는 상장폐지 위험에 놓였다. 지난달 1일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이아이디, 이화전기, 이트론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아이디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같은 달 22일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접수했으며, 거래소는 20일 이내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재심의하게 된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이화전기와 이트론의 경우 이후 열리는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 또는 개선 기간 부여 등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화그룹 상장폐지 원인은 경영진의 일탈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비자금 114억원을 조성하고,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저가매수→허위공시→고가 매도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187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더 키운 것은 한국거래소다. 검찰은 지난 5월 10일 김 전 회장 등 이화그룹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다음 날인 11일 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이아이디‧이화전기‧이트론에 대한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후 이화그룹은 700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금액을 8억3000만원으로 낮춰 공시했으며 거래소는 5월 11~12일 이틀에 걸쳐 이화그룹 상장 3사의 주식 거래를 곧바로 재개시켰다.
거래소가 거래를 재개시킨 이틀간 3사의 거래대금은 6321억원에 이른다.
거래소는 검찰 측 제보로 이화그룹의 허위공시 사실이 드러나자 12일 오후 3개 계열사에 대해 다시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다.
거래소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번 국감에 증인 명단에서 이름이 빠졌다.
메리츠증권도 개인투자자는 접근할 수 없는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메리츠증권은 김 전 회장이 구속된 날인 5월 10일 보유 중인 이화그룹 주식 전량 매도를 끝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5월 4~10일 이화전기 보유 주식 5848만2142주(32.22%)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국감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 이사장과 최 부회장을 모두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불발됐다.
지난달 이화그룹 상장 계열사 3개사(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소액주주들은 메리츠증권과 거래소를 고발한 상태다.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한국거래소는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다. 기초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거래를 재개시켰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해 거리낌 없이 이익을 취하는 메리츠증권과 이들에게 돈을 받고 불법경영을 일삼는 기업오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화그룹 주주연대는 지난 5월 20일 결성돼 4차례의 집회를 단행했다. 지난달 22일 4차집회를 계기로 거래정지 종목 10개 기업 개인투자자가 뭉친 '주주연대범연합'을 출범시켰으며 현재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αCT)'를 통해 이화전기 2차 공동보유계약 지분을 확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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