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공매도 행동주의

탐사보도 기자 등 조사 인력 고용해 심층 조사
금융위기 직전 리먼 공매도 리포트가 나오기도
시장의 광기를 미리 잠재우는 가격 발견 기능

주주칼럼 승인 2023.08.11 11:16 의견 0

최근 한국에서 존재감을 키운 주주행동주의 펀드는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한 후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저평가를 해소한다. 그러나 반대로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 한 후 이를 대중과 감독 당국 등에 알림으로써 주가 하락을 유발하여(고평가된 주가가 내재가치로 수렴하여) 수익을 내는 공매도 행동주의도 존재한다. 이러한 공매도 행동주의는 한국에서는 아직 사례가 없지만 미국에는 많은 사례가 있다.

다단계 기업 허벌라이프(Herbalife) 주식을 대규모 공매도한 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왜 그 주식이 고평가 되었는지, 사업적 결함이 어떤 것인지 등을 대중에 알린 빌 애크먼의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캐피탈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그 헤지펀드는 탐사보도 기자 등 조사 인력을 고용하여 기업에 대해 집중 심층 조사를 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 회사는 일종의 다단계 사기라고 판단하여 대규모 공매도를 하였다.

다만, 그 후 또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허벌라이프 주식을 대규모 매수하고 빌 애크먼을 비난하면서 허벌라이프는 세계적인 투자자 간의 전쟁이 되었다. 그 후 시장은 칼 아이칸의 주장에 더 점수를 주었는지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여 빌 애크먼은 손실을 보고 포지션을 정리하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는 그린라이트캐피탈의 데이비드 아인혼이 리먼 브라더스를 공매도 한 후 컨퍼런스에서 발표하였는데 몇 달 후 실제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스타가 된 적도 있다. 또한 미국에는 최근 칼 아이칸의 아이칸 엔터프라이즈를 상대로 공매도 리포트를 발간한 힌덴버그 리서치 같은 공매도 전문 리서치 회사도 있다.

공매도는 가격 발견 기능을 하는 순기능이 있다. 물론 공매도가 만능은 아니다. 제도에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공매도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인덱스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지수 편입 종목에 대한 매수 수급도 증가하지만 롱숏 펀드의 경우에는 동시에 매도 수급도 생긴다. 공매도가 가격 발견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패시브 투자로서 오히려 가격을 왜곡할 수도 있다. 물론 지수 편입 종목에 대한 매수 수급으로 인한 가격 왜곡도 있을 수 있다.

최근 2차전지, 초전도체와 같은 테마주들의 급등 현상과 이러한 주식을 공매도 하였다가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일부 롱숏 헤지펀드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매도 행동주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다른 주주들과 대중, 또는 금융당국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공매도 투자 아이디어는 결국 주가를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주식의 고평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할 수 있는 펀드들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곧 가격발견 기능이 잘 작동하였음을 의미할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매수한 주주들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다. 이자비용도 크고 타이밍을 잡기도 쉽지 않다.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 역시 너무 일찍 서브프라임 모기지 숏포지션을 잡았다가 수익률이 악화되며 많은 투자자들이 중도 이탈하기도 했다. 결국 끝까지 몇 년을 버틴 투자자들은 큰 돈을 벌었지만 말이다.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했다가 주주들의 댓글 협박을 받은 국내 자산운용사의 사례도 있다. 빌 애크먼 같은 투자자들도 공매도의 어려움으로 인해 더 이상 공매도 행동주의는 안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너무나 명확한 고평가 주식들도 분명히 존재하며, 시장의 광기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결국에는 대부분의 주주들이 큰 손해를 볼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공매도 행동주의 펀드가 나타난다면 이는 주주들에게도 이익이며 자본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공매도 행동주의 사례가 언제쯤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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