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성향 148%' HD현대...기업가치 악영향 우려

지난해 총 3251억 배당..중장기 배당정책 순항중
2017년 출범 이후 고배당 지속...올해 배당금 증가 예상
고배당 기조는 승계 재원 마련 때문이라는 분석도
전문가 "지나친 고배당 장기적 기업가치에 좋지 않아"

박소연 승인 2023.05.25 17:07 | 최종 수정 2023.05.25 17:12 의견 0

고배당주로 잘 알려진 HD현대가 지난해에도 고배당을 실시했다.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배당을 지속하면서 기업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는 2022년 결산배당으로 37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간배당 900원을 포함하면 연간 주당 배당금은 총 4600원이다. 배당총액은 총 3251억원이다.

HD현대는 지난해 중장기 배당정책을 발표하고 2022~24년 기간 동안 별도 기준 배당성향 70% 이상 배당을 유지하고, 연 1회 중간배당을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

중장기 배당정책의 스타트를 끊은 지난해 배당성향은 148.24%에 달했다. 지난해 HD현대의 배당총액(3251억원)이 당기순이익(2193억원)을 능가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리서치센터 [사진=HD현대]

HD현대는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로 2017년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하면서 출범했다. HD현대의 수익은 자회사에서 얻은 배당수익, 상표권 사용수익, 임대수익 등이다.

HD현대의 주요 계열사로는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 현대오일뱅크, 현대일렉트릭, 현대로보티스 등이 있다. ​

회사는 2017년 설립 이후부터 고배당을 지속해 왔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2018년 207.13%, 2019년 45.78%, 2020년 302.52%, 2021년 78.12%을 기록했다.

주가 대비 1주당 배당금 비율을 일컫는 배당수익률도 통상 5%대를 상회했다. 2018년 5.35%, 2019년 5.47%, 2020년 6.53%, 2021년 10.34%, 2022년 8.06%를 기록했다.

2020~22년 주요 지주사의 별도 배당성향 평균은 49.8%, 지난해 기준 평균 배당수익률은 3.8% 수준으로 파악된다. HD현대의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지주사 평균치를 모두 상회하는 셈이다. ​

올해 HD현대의 배당금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면서 상표권 수입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지난해 12월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5개 사로부터 총 255억3300만원의 상표권 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시했다. 거래 기간은 올 1월부터 25년 말까지다.

또한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제뉴인과 2024년 말까지 연간 임대료 50억원 수준의 사옥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의 고배당 기조를 두고 재계는 HD현대 일가의 승계 재원 마련 때문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HD현대는 정기선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정 사장은 ​정몽준 HD현대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 이사장은 회사의 최대주주로 지분 26.6%를 보유 중이며, 정 사장은 5.26%를 보유 중이다.

정 사장이 향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 이사장의 HD현대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25일 기준 HD현대의 종가는 5만9600원이다. 정 이사장의 지분 가치는 1조2522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30억원을 초과하는 자산에 대해 50%의 상속·증여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배당을 통해 승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통상 고배당은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리한 고배당 기조는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은 기존에 쌓여 있는 이익잉여금을 배당에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기업 성장에 대한 전망을 낮게 본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이 재투자 능력이 없거나 재투자할 여력이 없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요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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