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정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자가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와 글래스루이스로부터 모두 선임 찬성의견을 받았다.
ISS는 윤경림 후보자가 이사로 있으면서 대표이사에 대한 감독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은 있지만, 윤 후보를 해임할 경우 대표 후보 공백으로 주주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이사들에 대한 재선임은 반대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ISS는 17일(현지시각) 투자자들에게 자문 의견서를 발송했다.
ISS는 자문 의견서에서 회사자금을 정치인 로비에 사용해 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021년 기소된 구현모 대표이사를 해임하지 않고 오히려 연임을 도우려 한 "이사회는 회사의 지배구조 및 위험을 감독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티 현 사외이사 3인(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의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ISS는 구 대표와 함께 KT 이사회에서 활동한 윤 후보자 역시 책임이 있지만 "CEO(대표이사) 후보가 없다면 주주 가치뿐만 아니라 회사의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며 윤 후보자 선임에 '찬성' 의견을 냈다.
ISS는 윤 후보자에 대해 "정보통신기술(ICT), 미디어, 모빌리티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이 있고, 회사의 중장기 계획인 '디지코' 전략에 크게 관여해왔다"며 "회사의 사업 전략을 선도할 자격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글래스루이스 역시 윤 후보자에 대해 "주주들이 우려할 만한 실질적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에 영향력이 큰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이 모두 윤 후보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오는 31일 열리는 KT 주주총회의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KT 지분 약 43%(지난해 9월 말 기준)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지분율 약 1.4%의 개인 투자자들도 KT 소액주주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 'KT 주주모임'을 통해 윤 후보자에게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회원 수 1500여 명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13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진행되는 전자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KT 이사회는 주주서한을 통해 윤 후보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사회는 "(윤 후보자는) 디지털전환 관련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새로운 대표이사와 함께 KT가 더 높은 도약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성원해달라"고 전했다.
그러나 반대 입장 역시 만만치 않다.
KT 최대주주 국민연금(지분율 10.63%)은 구현모 대표 등 케이티 임원들이 회삿돈을 횡령해 정치자금을 낸 '쪼개기 후원' 사건을 들어 이와 연루된 이들의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일찌감치 반대 입장을 피력한 상태다.
박성중 의원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5명은 KT 이사회를 'KT 이익카르텔'로 규정하고 "KT 차기 대표 인선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 역시 투명한 선임 과정을 강조했으며, 검찰은 구현모 대표와 윤 후보자 관련 '일감 몰아주기'와 '보은성 투자' 등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지분율 7.79%)까지 최근 대주주(국민연금)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KT에 전달했다.
신한은행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 만큼, KT의 3대주주인 신한은행(지분율 5.48%)도 국민연금의 의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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