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재수' DB하이텍, 성공 가능성은
DB하이텍 "파운드리 고객 기술유출 우려로 발주 꺼려"
1주당 배당금 1300원, 1000억원 규모 자사주매입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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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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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이 팹리스 사업 물적 분할을 재추진한다. 이번엔 강력한 주주친화정책과 신설법인을 상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물적 분할을 통해 기술유출을 꺼리는 파운드리 발주처에 신뢰를 주고 신설 펩리스 회사 역시 DB하이텍을 모회사로 해 펩리스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 7일 사업 분야 중 반도체 칩 설계를 담당하는 Brand사업본부를 물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분할 신설회사의 가칭은 'DB 팹리스'이며 분할기일은 5월 2일이다.
현재 DB하이텍은 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과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설계(팹리스) 사업을 병행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파운드리 고객의 기술유출을 비롯한 이해 충돌 문제 때문에 범용제품인 LCD 중심의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만 국한할 수밖에 없었다.
설계를 병행하는 DB하이텍에 그간 고객사에서 기술유출 우려로 발주를 꺼렸다는 뜻이다.
이에 DB하이텍은 'DB 팹리스' 분사를 통해 사업영역을 부가가치가 높은 OLED 구동칩으로 확장하고, 미니 LED TV 구동칩 등 고성능 반도체시장 진출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DB하이텍 부천 사업장.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은 작년 5월 황규철 사장을 브랜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후 같은 해 말 브랜드사업부 CEO로 내정하고,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 각자대표체제를 출범시켰다.
이번 분사를 통해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사업부를 법적으로도 완전하게 분리하게 된다.
이와 관련 황규철 DB 팹리스 사장은 "모회사인 DB하이텍과의 시너지를 높여 ‘제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지난해 9월 말 DB하이텍은 팹리스 사업을 담당하는 브랜드(Brand) 사업부 물적 분할을 추진했으나 소액주주 등의 반발로 인해 최종 결정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DB하이텍은 이번 물적 분할에서 주주친화정책을 펼치는 한편, 'DB 팹리스'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DB하이텍은 이사회를 통해 1주당 배당금을 작년보다 3배가량인 1300원까지 늘리기로 했으며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매입도 추진키로 의결했다.
또한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며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사 방식으로 물적 분할을 택한 배경에 대해 "신설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면 신설법인의 실적을 모두 반영 받게 되어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치 않으며, 오히려 기존 브랜드사업으로 인해 진출하지 못했던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신설법인의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당 안건은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DB하이텍은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2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분사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30일부터 20일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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