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손든 법원, KISCO홀딩스 자사주매입 가처분 인용

500억 자사주매입, 신 변호사 감사 후보 인용
KISCO, 주주제안 안건 모두 거절해
밸류파트너스, 본격적인 위임장 대결 예고

김나경 승인 2023.03.10 14:31 | 최종 수정 2023.03.10 15:19 의견 0

법원이 행동주의펀드와 개인투자자의 자기주식매입과 감사추천 가처분을 인용했다.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의 불씨를 댕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밸류파트너스)은 중견철강그룹 KISCO홀딩스를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주주총회 의안으로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창원지방법원에 제출했으며 전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또한 법원은 심혜섭 변호사가 자신을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하라는 가처분 역시 인용했다.

KISCO홀딩스 로고. (사진=KISCO홀딩스)

앞서 지난달 밸류파트너스와 개인투자자들은 자기주식매입과 주당 2000원 현금배당, 회사 보유 무학주식 처분 결의 공고 등의 주주제안을 회사에 제출했다.

그러나 KISCO홀딩스는 지난달 말 주주총회 소집공고에서 이를 모두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밸류파트너스와 개인투자자들은 법원에 줄줄이 가처분 신청을 이어갔다.

지난달 13일 심 변호사는 무학의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창원지방법원에 냈으며, 지난달 23일 개인투자자 손경준 외 7명은 같은 법원에 자기주식 1000억원 규모의 매입 및 소각 결의의 건을 가처분 신청했다.

지난 3일 밸류파트너스 역시 같은 법원에 지난 3일 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의안을 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같은 날 심 변호사 외 2인은 심 변호사 자신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하는 가처분을 제출했다.

KISCO측은 "손경준 외 7인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주주제안에 반영된 내용으로, 2월 28일 이사회 논의를 거쳐 제15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이미 상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밸류파트너스는 "하나의 기업에 여러 주체가 각기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회사가 주주제안을 전부 배척하는 것이나, 의안상정가처분을 통해 주주제안이 전부 인용되는 사례 또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개별 주주의 의결권이 3%까지 제한되므로, 일반주주 측의 주주제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KISCO홀딩스 주주연대에 따르면, 회사 측이 주주제안을 모두 상정하지 않는 행위를 보고 주주들이 더욱 분노하여 결집한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위임장 대결을 예고하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주매입 가처분 인용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자본자본시장법 제165조의3에서는 주권상장법인에 대한 특례로 일정 한도 내에서 자기주식의 취득 및 처분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회사가 주가 안정이나 임직원에 대한 상여금 또는 스톡옵션 지급 등에 자기주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재무관리의 탄력성을 부여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지방법원의 가처분 인용 사례는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의견을 제시하기가 어렵지만, 상장회사의 탄력적인 재무관리를 가능하게 한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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