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구소 "자사주 팔아 우호지분 확보, 제재해야"
20~22년, 자기주식 거래를 통한 상호주 보유 사례 최대 규모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 강화 움직임, 개인투자자 증가 등이 원인
네이버·KT·고려아연, 거래 건수 및 규모 최다
경영진 이익을 위한 자기주식 취득 규제 필요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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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0 12:53 | 최종 수정 2023.01.2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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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사와 자기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우호지분을 늘리는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경제개혁연구소는 '자기주식 매각을 통한 우호주주 확보 사례' 보고서에서 2011년~22년 기간 동안 자기주식매각거래를 매개로 한 우호지분 확보사례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주식 거래를 통한 상호주 보유 사례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22년에 상호주가 형성된 회사는 33개 사로 전체 상호주 형성 회사(46개사)의 71.74%였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20년 이후 자기주식거래를 통한 우호주주 확보의 사례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그중 하나는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쉽코드 도입에 따른 주주활동 강화의 움직임,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증가 및 이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주식거래를 통한 우호 지분율 확보 거래 건수가 많은 회사는 네이버, 고려아연 순이었다. 거래 규모가 큰 순서는 네이버, KT, (구)삼성물산, 고려아연이었다.
네이버는 총 7건의 자기주식을 이용한 우호지분 확보 거래가 있었으며 거래 규모는 1조4872억원이다.
KT는 2022년 중 2건의 거래가 있었다. 거래 규모는 7459억원이었으며 확보한 우호지분도 7.7%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고려아연은 총 3건의 거래가 있었으며 거래 규모는 6135억원이다.
이중 네이버와 KT는 경영권 우호지분이 낮아 자사주 교환을 통해 우호세력을 확보한 경우로 분석된다.
특히 KT는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기업으로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KT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9.9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대표이사인 구현모가 올해 3월 임기 만료되므로 대표이사 재선임을 위한 우호지분 확보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고려아연은 지배권 분쟁이 있는 경우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6.02%를 전략적투자자(4.72%) 및 재무적투자자(1.3%)에게 매각했다. 전략적투자자에게 매각한 지분 중 3.17%는 LG화학·한화와 자기주식 교환을 통해 상호주를 형성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46.19%를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지배권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과거부터 공동경영을 하던 장씨 일가 와 최씨 일가의 지배권 분쟁이 시작되고 있던 상황으로 우호지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기주식으로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만드는 것은 회사의 자산을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예외 없이 소각목적 등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자기주식의 취득을 금지하는 것, 취득은 규제하지 않고 처분 방법을 규제하는 것, 자기주식 처분 자체는 규제하지 않고 관련 공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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