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함대] 현대중공업의 범죄와 함정시장 구도변화

현대중 임직원 국사기밀보호법 위반 덜미..함정사업 입찰서 감점 악재
한화 인수 대우조선 반사이익.. 울산급 Batch-III 등 대박 예감?
최저가 입찰 폐지·기술경쟁 도입으로 삼강엠엔티 입지 축소

함태영(군사 칼럼리스트) 승인 2023.01.16 15:04 | 최종 수정 2023.01.16 15:40 의견 1

지난해 11월11일 울산지방법원에서는 2년 이상 진행된 재판의 1심 선고가 있었다.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대한 선고였다. 울산지법은 피고인 9명에 대해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이 중 검찰이 항소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1심만으로 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적성국가에 누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우리 해군의 특수전지원함과 KDDX(차기 구축함) 개념설계 보고서 등의 군사기밀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탐지·수집·누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전지원함과 KDDX의 개념설계는 현대중공업의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한 것이다.

이번에 형이 확정된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입찰 제안서 작성에 활용하기 위해 경쟁사가 개발한 군사기밀을 촬영하고, 사내 서버를 통해 입찰서 작성부서와 공유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법원은 판결했다.

앞서 2020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맞붙은 KDDX(차기 구축함) 기본설계 입찰에서는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한 대우조선은 탈락하고, KDDX 개념설계를 훔친 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현행 방위사업청 규정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맡도록 되어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상 함정사업은 1)개념설계 2)기본설계 3)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4)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어진다.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형의 확정으로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함정사업 수주에 심각한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사업청 입찰 규정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형 확정 시점부터 3년 간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모든 입찰에서 100점 만점에 1.8점의 감점을 받게 된다.

1.8점은 큰 점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진검승부를 펼친 KDDX 기본설계 입찰에서 현대중공업은 0.0565점 차이로 신승했다. 1.8점은 함정업체들간 정면승부를 할 경우 극복하기 어려운 점수인 셈이다. 향후 3년간 경쟁입찰에서 현대중공업이 수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위기 극복의 DNA를 가진 현대중공업은 이번에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올해 발주되는 대형함정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제안서 평가 기준을 탐독, 감점되는 부분을 상쇄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 내고 있을 것이다.

기술능력평가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혁신적인 제안과 각종 가점(추가 점수) 항목에서 추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준비를 연초부터 착실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타 함정업체들도 오랜만에 맞이한 이점을 누리기 위해 대비를 할 것이다.

올해 발주되는 주요 함정사업에서 함정업계의 전통 강자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HJ중공업(한진) 간에 기술경쟁의 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올해 발주가 예상되는 대형수상함 사업은 울산급 Batch-III 5,6번함 2척, 울산급 Batch-IV 선도함 1척 등이다.

2023년 주요함정사업 현황(출처=열린재정)

▲최저가 입찰의 덫
함정사업은 국내 방위산업 중 유일하게 적자사업이다.

육군, 공군 사업과 달리 주요방산물자인 함정을 생산하는 방산업체가 2중, 3중으로 지정되어 있고, 양산함 입찰에 최저가 입찰제인 적격심사제도가 적용돼 왔다. 함정업체들은 생산 물량 없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입찰단계에서부터 적자를 감수하고 입찰 경쟁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양산함 사업입찰에는 최소한의 자격만 갖추면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수주하는 입찰방식이 적용돼 중소 규모 업체에도 입찰기회가 주어져 왔다. 이로 인해 최첨단 함정을 건조할 능력이 부족한 업체가 손해를 감수하고 저가 수주를 감행해 납기지연으로 인한 전력공백, 함정의 품질저하로 인한 전투력 약화 등이 우려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함정사업의 특성에 맞지 않는 제도로 인해 함정업계는 막대한 지체상금을 물어왔다. 구축함과 같은 대형함정은 최첨단 무기체계이자 승조원들의 주거 공간이다. 특히 구축함과 같은 대형함정에는 300명 이상이 생활한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함정 품질보증 활동을 수행하는데 전투력 발휘와 무관하게, 함정내부 격벽에 페인트가 벗겨졌거나 승조원 침대에 나사가 하나 없는 경우에도 함정 인수를 거부한다. 이러한 사소한 문제는 함정 인도 이후 AS 기간에 처리하게 하고 함정을 적기에 납품하도록 하는 것이 전력공백을 예방할 수 있다.

즉, 1년 이상 소요되는 함정의 시험평가, 시운전에 합격해 전투용적합판정을 받아도 기품원의 품질보증활동에서 요구된 경미한 결함사항에 대한 시정조치가 완료되지 않으면 함정납품이 불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함정업계는 막대한 지체상금을 물어왔다. 2022년 대한민국 기술대상의 최고상인 대통령상에 빛나는 도산안창호함도 948억원의 지체상금을 물었다. 이렇게 강요된 적자 수주와 천문학적인 지체상금으로 함정업계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왔다.

▲가격경쟁서 기술경쟁으로 전환..함정사업 온기
새해 들어 함정사업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함정사업의 경쟁방식이 육군, 공군사업처럼 가격경쟁에서 기술경쟁으로 변경된다. 우리 함정은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 30년 이상 주변국 함정에 맞서야 한다. 최고의 기술과 품질로 최첨단의 무기체계를 함정에 집적해야 우리 바다를 지키고 우리 승조원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런 함정을 최저가 입찰제에 의한 가격 경쟁으로 건조업체를 선정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지만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다. 30년 이상 운용하는 함정 도입에 최저가 입찰은 당초에 맞지 않는 제도였다. 기술중심의 경쟁방식 변화로 우수한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연구개발 능력을 가진 함정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바람직한 변화가 기대된다. 또한, 함정업계 종사자들은 낮은 처우로 2022년에 대탈출 조짐을 보였다. 함정업계의 손익 개선으로 이들의 처우도 개선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년에 어떻게 제도가 개선되는지 하나씩 알아보자.

첫째, 2022년까지는 최저가 입찰 방식의 적격심사로 양산함 건조 업체를 선정했지만, 2023년부터는 종합적인 기술력을 평가하는 제안서 평가로 양산함 건조업체를 선정한다.

제안서 평가는 기술능력평가 80%, 비용평가는 20%로 구성된다. 비용평가는 예산의 95%가 만점으로 변별력이 없다. 이로 인해 예산의 80%에서 수주하는 과도한 가격 경쟁은 없어져 함정업계의 손익이 개선될 것이다.

기술능력평가에서 이긴 업체가 승자가 된다. 외주화(하청화)를 통한 저가수주로 함정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킨 삼강엠앤티는 연구개발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없을 경우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주주함대] 대한해군 파괴자 '삼강엠앤티'참조

둘째, 함정기본설계를 2개 업체가 수행하고, 2개 업체의 기본설계를 평가해 더 잘 수행한 업체가 선도함 및 양산함 모두를 건조한다. “The Winner Takes All”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기술경쟁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뛰어난 기본설계능력을 갖춘 업체만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본설계 제안서에 세상의 모든 최신 기술과 디자인을 다 도입할 것처럼 제안하면 기본설계 업체로 선정될 수 있다. 이후 기본설계 과정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제안서처럼 설계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설계를 완료하면 함정 형상, 제원, 성능, 탑재 무기체계, 예상 건조비용 등 모든 것이 결정된다. 기본설계 결과물을 평가하여 선도함 및 양산함을 건조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드래그 레이스에서 승자를 직관하는 것과 같다. 400m의 직선 코스에서 가격이 알려진 두 대의 차가 동시에 달려 순발력과 속도를 겨루는 드래그 레이스에서 승자를 가리는 것처럼, 더 나은 성능을 가진 함정을 선정할 수 있게 된다. ‘The Winner Takes All”’ 게임이니, 기본설계를 수행하는 업체들은 최고의 기술을 가성비 있게 함정에 갈아 넣을 것이다.

주변국 함정을 능가하는 최고의 함정을 개발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멋진 제도라고 판단한다. (사실, 일본의 최신예 호위함인 모가미급은 이런 방식으로 건조업체를 선정했다. 일본 미쓰비시와 재팬마린유나이티드의 기본설계 결과물을 평가해 미쓰비시의 기본설계가 선정된 것이다. 모가미급 초도물량 8척 중 미쓰비시는 6척, 재팬마린유나이티드는 2척을 건조한다. 모가미급의 형상과 성능은 우리 해군의 울산급 Batch-III보다 우수하다. 물론 가격도 비싸다)

본 제도는 23년에 개념설계를 착수하는 사업부터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방산계열사들은 함정에 장착되는 각종 레이다와 전투체계, 추진체계를 연구 개발한다. 함정을 연구 개발하는 대우조선과 함정에 탑재되는 각종 무기체계를 연구 개발하는 한화방산계열사가 One Team으로 함정기본설계를 수행할 경우, 기본설계 품질은 경쟁업체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All or Nothing인 본 제도 도입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한 한화그룹의 대박을 예상해 본다.

셋째, 함정지체상금 제도 개선으로 함정업계의 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함정의 시험평가, 시운전에 합격하여 함정운용에 지장이 없을 경우, 경미한 지적사항은 함정 납품 후 처리하도록 하도록 하여 지체상금 부과가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함정사업에 맞지 않는 제도로 인해 함정업계가 물어 온 천문학적인 지체상금을 감안할 경우, 함정업계의 손익은 대폭 개선될 것이다.

일본 최신예 호위함 모가미급. [사진=나무위키]

▲국내 함정시장의 구도 변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와 기술경쟁 중심의 함정획득제도 변화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양강 구도가 강화될 것이다. 삼강엠앤티는 기술경쟁에서 도태되고, HJ중공업은 전문분야인 소형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 변수는 현대중공업의 불법행위(군사기밀보호법)로 향후 3년간 제안서 평가에서 받게 되는 1.8점의 감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입찰 전략과 기술 제안 전략에서 혁신이 없다면, 향후 3년간 수주 Zero의 위기를 맞게 된다. 올해 발주가 예상되는 대형사업인 울산급 Batch-III 양산함 2척, 울산급 Batch-IV 선도함 입찰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최근의 수상함 주요 사업에서 현대중공업은 Top Dog, 대우조선은 Under Dog이었다. 본 입찰에서 최근 수상함 전문연구개발 업체로 자리매김한 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에 인수된 대우조선의 진검 승부가 기대된다. 관전포인트는 현대중공업이 1.8점이라는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제안서 품질을 높이고 추가 가점을 받을 항목을 발굴하는 가이다. 현대중공업이 풀어야 하는 더 큰 숙제는 ‘남의 기술을 훔치는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명을 어떻게 지우는 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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