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강화한다더니...롯데케미칼, 1조원 유증 '논란'

총 1조1050억원 유상증자 진행...기존 주주 지분 25% 희석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롯데건설 자금 지원까지 겹쳐 재무 악화
기존 주주들 "계열사 자금 지원 롯데케미칼 본질가치와 관련 없어"
롯데케미칼 "신사업을 빠르게 가시화해서 기업가치 높일 것"

박소연 승인 2022.11.22 16:12 | 최종 수정 2022.11.23 16:15 의견 0

​​​롯데케미칼이 1조105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일부 주주들을 중심으로 배임 주장도 나오고 있다.

21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지난 18일 운영자금 5000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6050억원 등 총 1조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신주 850만주(보통주)를 발행하고 발행가액은 1주당 13만원으로 예정됐다.​

이중 운영자금은 나프타 매입대금으로 활용하고, 인수자금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2조7000억원 중 일부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로 기존 주식(3427만5419주)에서 24.8%가량의 신주(850만주)가 발행된다. 롯데케미칼 주주가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25%가량 지분이 희석되는 셈이다.

지난 3월 2022~2024년 기간의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부터 중간배당을 약속했으나, 재무 부담을 이유로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발표 당시 롯데케미칼은 재무여력이 충분했다. 올해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성자산은 2조2564억원 수준이다.

인수 발표 당시 한국신용평가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저하에도 불구하고, 보유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재무구조를 감안해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이 커진 것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더불어 롯데건설 지원금까지 조달하게 된 탓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876억원을 출자했고, 5000억원을 내년 1월까지 빌려줬다.

이에 일반 주주들을 중심으로 '주주들 돈을 대주주 사익을 위해 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고조되며 배임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반 주주들은 계열사 자원 지금은 롯데케미칼의 본질가치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역시 '이미 상장된 회사이고, 독립된 이사회가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더블카운팅'이라며 '일진의 성장이 대주주를 제외한 롯데케미칼 일반 주주들에게도 수혜가 갈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주 배당을 하는 대신 자회사 현금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됐다"며 "유증으로 확보된 금액은 전지소재 사업 등 신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빠르게 신사업을 가시화해서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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