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반도체 치킨게임 온다...먹구름 드리운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세...실적 어닝쇼크 등 여파
수요 감소에 내년 감산 발표..투자도 축소
삼성전자 주도 치킨게임 발발 전망
증권가 "내년 터닝포인트 가능성"

박소연 승인 2022.11.07 14:04 의견 0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달 말 이틀에 걸쳐 12% 가량 떨어졌다. 2020년대 9%대 급락 이후 가장 큰 주가쇼크다.

이는 3분기 어닝쇼크와 이후 부정적인 경기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코스피 대장주인 SK하이닉스는 한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밀려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60.3% 감소한 수치다.

전망도 어둡다.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4분기 적자로 전환, 내년 2분기까지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2023년까지 IT 전방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투자 축소 및 감산을 발표한 가운데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치킨게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SK하이닉스는 8만5900원에 거래중이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SK하이닉스의 전신은 하이닉스반도체로, 2012년 SK그룹에 편입됐다. SK그룹은 ​​2015년 선포한 미래 비전을 중심으로 10여 년간 SK하이닉스에 투자를 지속했다.

SK하이닉스는 D램(DRAM) 및 낸드(NAND)를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일부 FAB(공장)을 활용해 시스템 반도체인 CIS 생산과 파운드리 사업도 한다.

매출 중 반도체 비중이 100%에 달한다. 생산시설은 국내와 중국 등지에 있으며, 평균 가동률도 100%에 이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램의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3.4%, SK하이닉스 28.1%, 미국의 마이크론이 23.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 33.3%, SK하이닉스 20.4%, 일본 키옥시아 16%,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각각 13% 순으로 비중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 지난해 말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총계약 금액 90억달러, 한화 11조원에 인수 완료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10조원대 후반)의 절반 미만으로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는 지난 금융위기 상황인 2008~2009년 업계 시설투자 축소에 버금하는 수준이다. ​

◆ 자금 여력은 어때?

SK하이닉스는 차입금이 늘어나며 재무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총차입금은 지난 2분기 19조3800억원에서 3분기 22조200억원으로 증가했다.

총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말 28%에서 올해 3분기 32%로 증가했다. 순차입금비율은 같은 기간 14%에서 22%까지 치솟았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 2분기 7조5000억원에서 3분기 7조2100억원으로 감소했다.

급격한 메모리 하락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손실도 3분기 2000억원 가량 발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재고평가손실이 매 분기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고자산회전기간은 188일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SK하이닉스는 박정호 부회장과, 곽노정 사장이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박 부회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된다. SK그룹이 신세기통신,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인수할 때 최 회장을 도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1963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의 대표적 반도체 기술 전문가로 손꼽힌다. 29년째 SK하이닉스에서만 근무한 정통 하이닉스맨이다.​

고려대학교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마쳤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삼성전자 주도로 '반도체 치킨게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메모리 수요가 감소하고 재고는 증가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조 단위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감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치킨게임은 지금까지 두 차례 발생한 바 있다.

2000년대 대만 기업이 주축으로 시작된 치킨게임에서 독일 D램 제조사 키몬다가 파산했다. 2010년대 역시 대만 기업의 주도로 치킨게임이 발발해 일본 D램 업체인 엘피다가 미국 마이크론에 흡수됐다.

이후 20여 곳에 달했던 D램 업체는 빅3 체제(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로 재편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낸드 경쟁자를 줄이려는 치킨게임을 시도하면 SK하이닉스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부문 인수 후 시장 2위로 올라섰지만, 낸드 시장 전망은 D램보다 더 불확실하고, 회복성도 낮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 역시 125조원에 육박한다.

또한 미국 반도체 규제 역시 삼성전자보다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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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네덜란드 등 동맹국 장비 기업의 대중 수출도 제한할 예정이다. 따라서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네덜란드 ASML로부터 반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낸드는 현존 기술로는 공정상 EUV 노광장비가 필요하지 않지만, D램은 14나노미터부터 EUV 장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선수 한 마디

올해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49배(동종업계 7.53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9배다.

증권업계는 업황 악화에도 SK하이닉스의 매수를 추천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감산이라는 비상 카드가 나왔다는 점에서 내년 중 재고 감소라는 터닝포인트가 나올 가능성은 유효하다"는 의견을 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업황 부진에 우려를 대부분 반영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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