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삼성 이재용, 회장 승진보다 중요한 것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삼성그룹'과 '미전실'
그룹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는 것이 우선
이사회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부터 시작

김선엽 승인 2022.08.16 16:56 | 최종 수정 2022.08.18 01:37 의견 1

미래전략실의 부활, 이재용의 회장 승진. 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지난 15일 공식 복권된 이후 언론을 도배하고 있는 헤드라인이다.

그룹 전체의 조직 재정비를 통해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야 누군들 반대하겠는가. 다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우선 답해야 할 것이 있다.

삼성그룹이라는 실체를 현 경영진과 이사회가 인정할 것인가다.

삼성은 2017년 3월부터 삼성그룹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국정농단 사태 직후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다.

그 전까지 삼성전자 산하 조직에 불과한 미전실은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포함해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다 보니 국정농단 사태로까지 비화됐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국정농단 재판에서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면서 “(당시)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시가총액이 600조에 이르는 지금의 삼성그룹을 있게 한 그 '주도면밀'과 '일사불란'의 중심에 미전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서실-구조조정본부(구조본)-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어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는 과거에도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이번에 다시 미전실이 부활한다고 해서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언론을 앞세워 슬그머니 미전실을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권한과 책임을 대내외에 명확히 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 두기를 권한다.

이를 위해 현재 형해화된 각 계열사 이사회가 정상화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주주에 대한 이사회 멤버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한다면 이사들도 더 이상 거수기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미전실도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 52기 정기 주주총회[사진=삼성전자 제공]

예컨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정규재 윤창현 등 삼성물산 사외이사들은 자신의 명의로 합병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발표했다. 이사회 책임을 다하지 못한 단적인 예다.

미전실이 음지에서 결정하고 이사회가 얼굴마담을 하는 역사를 반복하면 안 된다. 오죽하면 사법부가 삼성그룹에게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라고 권고했겠는가.

그룹 전체가 어떤 지배구조하에서 움직일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없다면 미전실이고 사업지원TF고 있어선 안 된다. 회장 승진도 불필요한 논의다.

이는 오롯이 삼성그룹 동일인인 이 부회장이 결단할 사안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형식과 실질이 일치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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