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함대] ‘北 탄도탄 요격’ 정조대왕함이 온다

함태영(군사 칼럼리스트) 승인 2022.07.25 19:12 | 최종 수정 2022.08.01 09:31 의견 0

우리 군은 2013년 12월10일 합동참모본부 회의에서 차세대 이지스구축함(KDX-III Batch-II) 3척을 추가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이지스함은 ‘신의 방패’라고 불리는 이지스(AEGIS) 전투체계를 탑재한 함정으로, 1·2번함은 현대중공업이 수주해 건조중이고, 나머지 3번함은 올 하반기 건조업체가 정해질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3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이달 말 진수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함 '정조대왕함' 이미지.[현대중공업 제공]

우리 해군은 2010년대 초반 KDX-III Batch-I 사업을 통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경하 배수량 7600t) 3척을 도입한 바 있다. 현재 세종대왕함, 서애 류성용함, 율곡 이이함 등을 운용중이다.

​올해 4월 정조대왕함으로 명명된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선도함은 이달 말 진수돼 시험평가(개발시험평가,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2024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정조대왕급(KDX-III Batch-II)은 세종대왕급(KDX-III Batch-I)의 2번째 Batch에 해당하는 함정으로, 이지스 전투체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고, SM-6 미사일이 탑재돼 종말단계의 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다.

대탄도탄작전에서 세종대왕급의 문제점인 ‘눈’만 있고 ‘주먹’이 없는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또, 잠수함 탐지 능력은 3배 이상 향상되었고, 우리 손으로 개발한 국산 무기도 대거 탑재된다.​

2016년 불굴의 의지 훈련에서 미국 이지스함과 기동중인 세종대왕함. [사진=대한민국 해군 제공]


▲먼저 보고 판단해 먼저 쏜다

​함정의 전투체계는 함정의 센서(레이다 등)로 탐지, 추적된 대공/대함/대잠표적을 적아식별과정(Friend, Foe or Neutral)을 거쳐 함정에 탑재된 어떤 무기체계(함포, 미사일 등)로 어떻게 대응(격파 또는 무력화)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논리체계를 프로그래밍 한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과 네트워크시스템이다.

​우리 해군에는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1998년 7월 해군에 인도한 KDX-I 1번함인 광개토대왕함에 전투체계가 최초로 탑재됐다.

​이전에는 사격통제장비/시스템이 사용됐다. 이 시스템은 적함에 포격을 가할 때 포탄을 적함에 명중시키기 위해 필요한 함포의 방위와 고각을 계산해 실제로 포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함포를 구동시키는 방식이다.

​광개토대왕함이 취역하기 전까지 우리 해군의 주력함이었던 구축함 12척(2600t급)과 호위함 9척(1500t급), 초계함 28척(950t급) 등이 모두 이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들 함정에는 함포와 구형 함대함유도탄만 탑재됐다.

​사격통제장비/시스템은 각종 물리 환경적 요소인 표적의 방위, 거리, 풍속, 풍향, 습도와 적함의 이동속도, 이동방향을 고려하여 함포의 방위과 고각을 계산한다.

​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사람이 사격통제시스템이었다. 망원경으로 적함의 위치과 거리를 파악하고, 주변 바람에 포물선 운동 공식을 대입해 함포의 방위각과 고각을 계산했다. 포술장이 방위각과 고각을 결정하면, 포병이 포의 방위각과 고각을 손으로 맞추는 것이다.

​돌을 던져서 날고 있는 새를 맞추는 것을 상상해보라. 새의 속도와 돌이 날아가는 속도를 고려해 돌을 던질 것이다. 돌을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세계 던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계산해서 돌을 던져주는 것이 사격통제시스템의 역할이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함정의 눈인 각종 센서류(레이다, 소나_음파탐지기, 적외선탐지기, GPS, 기온기압계 등)가 발달하고 무기체계가 함포에서 대함/대공미사일, 장거리대잠유도로켓, 어뢰 등으로 다양해졌다.

​함정의 센서와 무장체계(무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함정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최적화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함정전투체계가 개발됐다. 각종 표적을 분석하고, 평가해 다중 위협에 대한 대응 순서를 정하고, 최적의 공격 및 방어수단을 실시간으로 선택해 교전명령을 내리는 것이 전투체계의 역할이다.

​먼저 보고, 먼저 판단해, 먼저 쏘아야지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전투체계의 성능이 교전에서 중요한 이유다.

울산급 Batch-III 전투체계.[출처=한화시스템]


​▲함정전투 끝판왕 ‘이지스’

​현존하는 함정전투체계의 끝판왕이 이지스 전투체계이다.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방패다. 이지스 전투체계는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있는 신의 방패, 이지스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냉전시대 해군력과 공군력에서 열세인 소련은 강력한 대함미사일을 개발해 미국 제공권의 원천인 항공모함을 위협했다.

​미국은 항모전단을 방어하기 위해 소련의 미사일 공격을 수백킬로미터 밖에서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항공모함 전단에 함대방공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전투체계가 이지스 전투체계인 것이다.

​이지스 전투체계는 크게 보면 AN/SPY-1계열 위상배열레이다로 대표되는 센서, 위협을 탐지하고 평가해 요격을 명령하는 전투관리체계, MK-41 미사일 수직발사관에 탑재된 스탠다드 미사일(SM-2, SM-3, SM-6)로 구성된다.

​이지스 전투체계의 핵심인 AN/SPY-1계열 위상배열레이다는 우리가 함정에서 흔히 보는 회전하는 기계식 레이다가 아니라 4면에 고정된 평판레이다이다.

​회전하는 일반 레이더는 특정방향으로 전파를 발사하고 수신하기 위해 오목한 반사판을 사용하고, 360도 전 방위를 감시하기 위해 레이더 자체를 회전시킨다. 이에 반해 위상배열레이다는 여러 개의 발신기를 가까운 거리에 놓고 발신기별 전파의 위상을 조절해 전파를 특정 방향으로 지속 송출한다. 군용 위상배열레이다는 패널에 수 천개의 소자를 집적해 하나의 레이다를 만들고, 사면에 레이더를 하나씩 설치해 360도 전방위를 감시한다. AN/SPY-1D 위상배열레이다 하나의 6각형 패널에는 4350개의 레이더 소자가 있다.

​동시에 360도 전방위를 감시할 수 있는 AN/SPY-1D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다와 슈퍼컴퓨터를 탑재한 세종대왕함은 약 1000개의 대공/대함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고, 이 중 위협 순위가 높은 약 2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즉 세종대왕함의 이지스전투체계는 AN/SPY-1D 레이다에서 대공표적 1000여개를 추적하고, 전투관리체계에서 위협 순위를 정해 긴급히 대응할 필요성이 있는 표적에 대하여 대응 방법을 제시한다. 특정 위협에 SM-2 미사일로 대응할 경우, MK-41 수직발사관에 탑재된 SM-2 미사일을 발사시켜, AN/SPY-1D 레이다와 3개의 AN/SPG-62 일루미네이터(Illuminator ; 조사기)로 SM-2 미사일을 표적에 유도한다.

​AN/SPY-1D 레이더는 방공탐지 기준 약 320Km, 탄도탄 추적을 위해 BMS&T(Ballistic Missile Search& Track) 모드를 사용할 경우 약 930Km까지 탄도탄을 추적할 수 있다. 이지스 구축함 2~3척 이상이 편성된 미 해군의 1개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 Group)은 이론상 40~60발의 대공/대함 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다.

​▲정조대왕함의 위엄

​세종대왕함과 정조대왕함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탄도탄 요격 능력이다. 이지스함이 탄도탄 요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탄도미사일방어(BMD, Aegis Ballistic Missile Defence)시스템과 SM-3 미사일 또는 SM-6 미사일을 탑재해야 한다.

​세종대왕함은 Aegis BMD 시스템이 없고, 최대사거리 167km, 최대속도 마하 3.5, 최대교역고도 24km의 SM-2만 탑재하고 있어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없다.

​이와 달리 정조대왕함은 Aegis BMD 시스템과 최대사거리 370Km, 최대속도 마하 3.5, 최대요격고도 34km인 SM-6 미사일을 탑재해 북한 탄도미사일을 종말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있다. SM-6미사일은 일루미네이터의 지원없이 스스로 목표를 타격하는 능동 레이더 유도장치도 적용돼 있다.

​정조대왕함은 세종대왕함에 비해 대잠전 능력도 대폭향상됐다. 전문가들은 세종대왕함은 상체는 갑옷을 두르고 있는데 하체는 속옷만 입고 있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 세종대왕함의 대공능력에 비해 대잠전 능력이 부족한 것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정조대왕함은 가스터빈으로 추진하는 세종대왕함과 달리 전기복합추진체계(Hybid 추진체계)인 COGLAG(Combind Gas Turbine Electric and Gas Turbine)을 채택해 대잠전시 수중방사소음을 대폭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에 성공한 한국형통합소나시스템(K-ISS, Integrated Sonar System)을 탑재해 세종대왕함 대비 잠수함 최대탐지거리가 3배 이상 향상됐다. 한국형통합소나시스템은 저주파 고출력 선체고정소나(Hull Mounted Sonar), 저주파 능동 가변심도소나(Variable Depth Sonar), 예인소나(Towed Arrary Sonar System)을 결합해 우수한 대잠전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M-3 미사일 탑재시 中 탄도미사일 요격도 가능

​정조대왕함에 본격 탄도미사일 요격 미사일인 SM-3가 탑재될 것인지, 아니면 대함미사일 및 종말단계 탄도탄 요격이 가능한 SM-6가 탑재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올 4월 SM-6 유도탄을 대외군사판매(FMS, Foreign Military Sales)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정조대왕함에 SM-6가 탑재가 유력한 이유다.

​SM-3 미사일 탑재가 영원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정조대왕함의 MK41 수직발사대에는 SM-3, SM-6 모두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SM-3가 아닌 SM-6를 선택한 것은 대중국 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유지하고,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조대왕함이 SM-6가 아니고 최대사거리가 900Km 달하는 SM-3 Block IA/B를 탑재할 경우 서해상에서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상승단계에서, 최대사거리가 2500Km인 SM-3 Block IIA를 탑재할 경우, 동해상에서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상승 또는 중간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 사실상 중국의 전략무기 중 하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