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후속 작업으로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진 초대형 저비용항공사(LCC)가 출범할 예정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보유 중인 진에어 주식 2866만5046주(지분율 54.91%)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 한진칼, 진에어 주식 대한항공에 전략 매각
이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진 통합 LCC를 대한항공 산하에 두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손자회사'로 둘 경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한진칼의 '증손회사'가 된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의 지분을 42.83%만 보유 중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만 인수하고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통합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글로벌 항공 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항할 것이며,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운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진에어 국내 LCC 1위 등극...소비자 피해는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통합되면 국내 LCC 1위, 동북아 최대 규모의 초대형 LCC가 탄생하게 된다.
통합 LCC는 진에어 25대, 에어부산 25대, 에어서울 6대를 합쳐 총 56대를 보유하게 된다. 기존 LCC 1위 제주항공은 총 39대를 보유 중이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두고 독점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대형항공사(FSC)와는 달리 통합 LCC는 독과점 논란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통합 LCC가 출범할 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과 경쟁하는 '3강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합 LCC가 탄생하면 국내 LCC 업계는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에어부산·진에어·플라이강원까지 총 7개 사가 남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매각 이후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며, 나머지는 신생 LCC인 만큼 규모와 운항 경험 등에서 차이가 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항공권 가격 상승과 선택지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LCC 업계는 생존을 위해 출혈경쟁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었다.
현재 통합 LCC의 중복 노선은 국내선 4개, 국제선 17개 등 총 21개다. 중복 노선의 경우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며, 경쟁 제한성 차원에서 통합될 경우 알짜 노선을 반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FSC 이어 LCC까지 점령한 한진그룹
통합 LCC 출범으로 한진그룹은 국내 항공업계에서 FSC 1위, LCC 1위를 모두 점하게 된다.
국내 항공산업은 연관 산업을 포함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3.4%(54조원)를 차지하고, 연관 일자리만 84만 개에 달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에 한 기업이 국가기간산업을 장악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및 LCC(에어부산·에어서울) 인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항공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고 규모의 경제가 크게 작동하는 산업이라서 대형 항공사의 출현은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경쟁적 측면에서 독점에 따른 항공료 인상이나 서비스 질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어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파산하면 국가적 손실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및 LCC들을 인수하기로 한 이상 단일 항공사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국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