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의 승부수? HMM, 신조보다 비싼 용선 택했다

7700TEU급 컨테이너 선박 2척 장기 용선
김경배 대표이사 취임 후 첫 투자 공시
용선 비용 신규 선박 건조 비용보다 높아

박소연 승인 2022.06.23 17:49 | 최종 수정 2022.06.24 08:43 의견 0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신규시설 투자의 일환으로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계약 금액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7700TEU급 컨테이너 선박 2척에 대해 장기용선(선박 대여)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 금액은 5294억원으로 계약 종료예정일자는 2038년 12월 31일이다. 용선 기간은 기본 12년에 옵션 2년을 더해 최대 14년이다.​

이번 신규 투자는 올해 2월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한 후 첫 투자 공시라 이목을 끌고 있다.

HMM은 지난해부터 역대급 실적을 갱신하며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에 투자 방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HMM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만 3조4656억원을 기록했으며, 현재 현금성 자산만 9조5000억원에 이른다.

HMM은 이번 투자에 대해 '중장기 선대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HMM은 2016년 기준 선복량 46만TEU로 세계 15위권이었으나 지난해 기준 81만TEU로 선대를 확충하며 글로벌 8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정부는 HMM 선복량을 2025년까지 112만 TEU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며, 이번 신규 투자 역시 이 계획의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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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사들은 선대 규모 유지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선과 용선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한다. HMM 역시 올해 1분기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사선 35대, 용선 36대를 보유하고 있어 5대 5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계약의 경우 계약 금액에 대한 의아한 부분이 있다. 용선 계약 금액이 현재 신규 선박 건조 비용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HJ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2척을 3113억원에 수주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신규 컨테이너 선박을 건조했을 시 척당 1600억원 가량에 선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용선 기간은 최장 14년이나, 신규 선박 건조 시 선박의 평균 수명인 최장 30년 까지 선박을 사용할 수 있다.

당장 선박을 인도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두 선박에 대한 인도 예정일은 24년 12월이다.

해운업황이 악화될 경우 용선이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용선 계약기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물동량이 유지되지 않거나 화물 운임이 하락할 경우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 HMM은 현대상선시절 2016년 4분기 기준 용선료가 컨테이너부문은 매출의 45%에 달하기도 했다.

HMM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배가 필요하기 때문에 용선을 결정했다. 신규 선박을 건조할 시 2025년 이후로 선박 인도가 가능하다. 현재 조선사에 선박 발주가 많이 들어가서 발주 시기가 많이 늦춰지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운 운임이 떨어지면 어차피 모든 선사들이 같은 상황이 된다. 슬롯 코스트를 낮추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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