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야 투쟁한다"...53일 단식에 20kg 빠진 파리바게뜨 지회장

임종린 지회장, 53일만에 단식 종료.."협상 끝난 것 아니다"
화섬식품노조 "회사측, 실질적 일금 자료 숨기고 있어"
"노조 탈퇴 성과 올리는 직원에 5만원 포상금" 드러나기도

김나경 승인 2022.05.19 15:13 | 최종 수정 2022.06.17 18:22 의견 0

SPC그룹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과 노조 탄압을 주장하며 단식투쟁을 해 오던 임종린 화섬식품노조(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53일만인 19일 단식을 중단했다.

임 지회장은 단식 50여일만에 몸무게가 20kg 가량 빠지고 혈압·혈당이 계속 떨어져 단식을 이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이날 트위터에 "협상이 잘 끝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살아서 끝까지 투쟁하기 위해 단식을 끝낸다"고 밝혔다.

이어 "단식을 끝내면 사람들의 관심도 사라지지 않을까와 회사측에서도 영원히 단식할 수 없으니 이슈가 사라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컸다"고도 전했다.

임 지회장의 단식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 방식을 바꿀 시기"라며 "큰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함께하며 계속 응원하겠다", "승리하는 그날까지 SPC불매로 계속 연대하겠다" 등의 응원 글을 남기고 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사태는 5년 전 불거졌다. 2017년 6월 27일 이정미 정의당 국회위원은 파리바게뜨가 제빵 및 까페기사 5000여명을 불법파견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연장근로시간 전산 축소조작으로 '임금꺾기'를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같은 해 9월 폭로가 모두 사실임을 확인하고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 등 협력업체 노동자 5378명을 직접고용하고, 떼먹은 연장근로수당 등 110여억원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시정명령에 불응하고 소송을 제기했으며, 직원들에게 '직접고용포기서'와 합자회사로의 '전적동의서' 작성을 강요하며 직접고용 대신 불법파견업체가 참여하는 별도의 합자회사로 직원들을 전적시키려 시도했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의 불응에 1차로 162억원의 과태료 부과를 예고했고 파리바게뜨는 그제야 2018년 1월 11일 파리바게뜨 임원이 대표를 맡는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만들어 불법파견 직원을 모두 고용하고, 급여를 파리바게뜨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했다. 사회적 합의를 근거로 고용노동부는 행정적, 사법적 조치를 유예했다.

사회적 합의의 주요 내용은 '△노동자들이 자회사 고용을 수용하되, 자회사에서는 불법 파견업체인 협력업체가 주주나 등기이사로 참여하지 않으며, 파리바게뜨 본사 임원이 자회사의 대표를 맡는다 △급여는3년 내에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본사)과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한다 △처우 및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본사와 노동조합, 가맹점주협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 등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파리바게뜨가 신설 자회사 8개 지역본부 중 6개 본부장 자리에 불법 파견업체 사장들을 임명했다고 이야기한다. 또 제빵기사 급여에 관해서도 1~3년차 직원 관련 자료만 제공해 4년 이상 경력자들의 임금비교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기타임금 내역에 대한 설명 없이 총액만을 제시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노조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에게 각각 1~3년차 파리크라상과 피비파트너즈 제조기사의 통상시급을 공개했지만, 노조와 강 의원 쪽의 자료가 다른 것이 확인됐다. 또한 이 자료는 노조가 조합원을 통해 파악한 통상시급과도 차이를 보였다.

화섬식품노조 관계자는 "파리바게뜨 본사와 동일한 임금조건을 맞춰 주기로 하였지만, 본사 임금 관련 구체적인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며 "임금 총액만 제시할 뿐 연차 별 임금 정도 등 실질적인 자료는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의 노조 와해 시도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대표이사 지시로 민주노총 탈퇴 작업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중간관리자와 제빵기사의 폭로로 드러난 것이다. 사업본부장들은 아침마다 중간관리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민주노총 탈퇴 성과를 올린 직원에게 5만원씩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후에는 민주노총 직원들을 괴롭혀 퇴사시키라는 방침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 결과 현재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수는 740여 명에서 200여명으로 곤두박질쳤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11월 또 한차례 제빵기사의 연장근로시간을 조작해 축소해 온 사실도 발각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4월 회사와 한국노총, 가맹점주협의회는 일방적으로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에 민주노총 측은 즉각 합의 당사자(파리바게뜨지회)도 모르는 합의 이행 완료"라며 "당사자는 '합의 사항 불이행'에 항의하며 전국적으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논평을 냈다.

반면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제빵기사들 급여의 70%를 부담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은 사회적합의 주요 내용인 제빵기사 임금 인상을 위해 지난 4년간 임금을 40% 이상 올리는 등 동종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왔다”며 “화섬노조 소속 제빵기사들이 사회적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며 시위를 하는 것을 보면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5월 12일 SPC그룹 본사 앞 버스정류장에 붙은 대자보 [사진=파리바게뜨지회(임종린 지회장) 트위터]

한편, 임 지회장의 단식으로 재점화 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사태는 SPC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2일 익명의 시민이 SPC그룹 본사 앞 버스정류장에 "노동자의 46일째 단식투쟁을 개무시하는 SPC그룹을 불매합니다"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시민은 "임종린 지회장이 목숨을 걸어가며 요구하는 것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일한 만큼의 돈을 받을 권리, 최소한의 점심시간을 가질 권리, 다치면 산재처리를 받을 권리, 노조에 가입했다고 괴롭힘 받지 않을 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SPC그룹은 제빵기사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목소리를 높여도 그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대자보는 임 지회장의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으며, 시민들에 의해 1만회 가까이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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