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두산그룹과 SK그룹이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증권신고서에 중요사항을 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 연관성이 낮은 회사를 혼합적으로 합병해 시너지를 알기 어려울수록 주주에게 합병의 목적과 효과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더욱 명확히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0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참고자료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두산, SK와 같이 사업의 상호 관련성이 적은 회사를 혼합적으로 결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이런 경우 합병의 목적과 효과, 배경, 시너지를 대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분석했다.
포럼은 이어 “이는 증권신고서의 중요 사항 기재 누락임이 분명하며, 일반주주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도 아니다”라며 “사업적 연관성이 낮은 혼합적 결합일수록 일반주주에게 왜 합병하는지, 어떤 사전 논의를 했는지 등 합병의 목적과 배경 및 합병으로 일반주주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효과와 시너지 등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두산은 지난 11일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사업 부문을 분할하고 여기에 두산밥캣을 종속시킨 후,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이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포괄적 주식교환 이후 합병할 예정이다. 두산은 이번 지배구조개편 목적으로 △장기적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경영합리화를 추진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SK는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SK온·SK트레이딩·SK엔텀 합병을 공시하며 각각의 세부 목적을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 구축과 미래 에너지 사업의 성장 동력을 강화 △배터리 사업과 트레이딩 사업의 시너지를 통한 경쟁력 및 성장성 제고라고 밝혔다.
이에 포럼은 해외의 경우 사업 시너지를 생각하기 어려운 혼합적 합병이 거의 없으며, 합병 시 구체적 수치에 의한 시너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두산과 SK의 합병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외국에서는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끼리 수평적 결합을 하거나 원재료 공급 관계에 있는 회사끼리 수직적 결합을 하는 것이 아닌, 서로 사업 연관성이 적은 회사끼리 합병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사업 시너지를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5월 석유 기업 엑손모빌은 미국 내 3위 규모의 셰일오일 시추업체인 파이어니어와 수직적 합병을 마무리했다. 파이어니어와 엑손모빌의 합병비율은 1대 7.5였다.
당시 파이어니어 이사회는 성장성이 높은 셰일오일 회사인 파이어니어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엑손모빌로의 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득하였으며, 성장주에서 안정주로 바뀌는 대신 직전 시가 대비 약 20% 할증된 추가이익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합병안은 파이어니어 임시주주총회에서 찬성률 약 75%로 승인됐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발표된 세계 최대의 제지 업체인 미국 인터내셔널 페이퍼(International Paper)와 영국 골판지 제조 업체 디에스 스미스(DS Smith) 합병 공시에서 디에스 스미스는 주주들에게 이사회 찬성 권고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이사회는 △시가 대비 약 42~47% 할증 △생산과 공급망 차원에서 미국과 영국 시장 경쟁력 강화 △4년 내 최소 5억1400만달러의 세전 현금 시너지를 판단하였다고 알렸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파이어니어 이사회는 찬성 권고의 근거와 추가 이익을 제시했으며, 디에스 스미스는 구체적 수치에 의한 시너지를 제시했다”며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