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엉망 됐다" 글로벌 미디어 전쟁에도 행동주의펀드 참전

트라이언 펀드 넬슨 펠츠 대표, 디즈니 이사회 참여 시도
펠츠 "20세기 폭스 인수로 대차대조표 엉망 돼"
디즈니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기술·경험 부족"

김나경 승인 2023.01.21 09:00 의견 0

100년 전통의 미국 미디어 기업 월트 디즈니가 행동주의 투자자의 이사회 입성 시도를 저지하고 나섰다. 미국 거대 미디어 회사들의 인수합병과 넷플릭스의 등장 등으로 격동을 겪고 있는 미디어 시장에서 경영진과 투자자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디즈니는 미 증권당국에 제출한 투자자용 프리젠테이션 자료에서 "펠츠 대표는 디즈니의 사업을 잘 알지 못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주주 가치를 지키는 이사회를 도울 기술과 경험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앞서 행동주의를 내세운 트라이언 펀드 넬슨 펠츠 대표는 디즈니 이사회 참여를 시도했으나 디즈니의 거부로 실패했다. 이에 펠츠 대표는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예비 위임장 권유신고서를 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트라이언 펀드의 디즈니 지분은 약 0.5%다.

펠츠 대표는 이사를 요구하는 성명에서 "디즈니가 20세기 폭스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했다"며 "완전무결했던 디즈니의 대차대조표가 엉망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140억달러의 추가 차입으로 순부채가 4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났고, 그 결과 배당도 멈추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2012년부터 꾸준히 반기배당을 지급했던 디즈니는 2019년 20세기 폭스 인수와 구독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출시 이후인 2020년부터 배당을 중지했다.

펠츠 대표가 이사회에 입성하면 최근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로 회복한 밥 아이거의 반대편에 설 전망이다. 밥 아이거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 CEO로서 픽사·마블·루카스필름·20세기 폭스 등을 인수한 당사자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도전 앞에 몸집 불리기 외의 선택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통적으로 미디어 시장은 디즈니와 같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회사에서 영화관, 넷플릭스 등 콘텐츠를 유통하는 미들맨, 소비자로 이어진 구조다.

1983년 50여 개의 미디어 기업이 수익을 나눠 갖던 미국 미디어 시장은 2011년 거대 6개 기업(GE, 뉴스코프, 디즈니, 바이어컴, CBS, 워너미디어)이 수익의 90%를 차지하는 구조로 변했다.

이는 2019년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 바이어컴과 CBS의 합병, 2022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합병으로 거대 4개 기업으로 더욱 집중됐다.

소수 미디어 기업의 독과점 체제로 미디어 기업의 입김은 세졌다.

하지만 곧 넷플릭스가 등장해 폭발적으로 점유율을 늘리며 미들맨 영향력 높이기를 시도했고, 미디어 기업은 디즈니 플러스와 같이 미들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 DTC(Direct To Consumer) OTT로 대응했다.

이에 넷플릭스 등 미들맨 기업들은 자체제작 콘텐츠로 응수했으며, 미디어 시장은 치열한 경쟁 상태에 놓이게 됐다.

디즈니는 투자자용 프리젠테이션 자료에서 "그간 추진해온 인수합병은 주주를 위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이었다"며 "펠츠 대표는 주주 가치를 높일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2009년부터 2021년까지 820% 가까이 올랐던 디즈니 주가는 19일(현지시간) 99.08달러로 떨어지며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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