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회장님' 이재용의 뉴 삼성전자

입사 30여 년 만에 이재용 회장 취임
반도체 업황 우려..."반도체 3대 분야 모두 주도할 것"
오너리스크 여전...미중 기술 패권 속 희생 우려도
증권업계 "영업이익률·자금조달서 SK하이닉스 대비 유리"

박소연 승인 2022.11.02 09:07 | 최종 수정 2022.11.02 10:1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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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이재용 삼성 회장이 지난달 27일 취임했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0여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4년부터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처한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이 회장이 구축할 뉴 삼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 세계 경기 침체 우려, 반도체 업황 둔화, 미·중 패권 경쟁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소액주주만 600만명인만큼 주가 부양도 과제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협력사를 방문하고,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52주 최저가인 5만1800원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31일 종가 기준 5만9400원을 기록해 6만전자를 앞두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삼성전자의 사업부는 크게 DS사업부, MX 사업부로 나눠진다. DS사업부는 반도체 사업을 전담하고 있고 MX사업부는 스마트폰과 가전사업을 맡고 있다.

종합전자 기업이지만 매출의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미래는 곧 반도체라고 볼 수 있다.

반도체는 광범위한 사업으로 설계(펩리스), 생산(파운드리), 종합(IDM)으로 나눠진다. 삼성전자는 IDM 기업으로 주력 제품은 메모리반도체인 D램(DRAM)과 낸드플래시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점유율은 세계 1위로 올해 상반기 기준 43.5%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매출은 메모리반도체에 국한돼 있다. 설계는 점유율 제로에 가깝고, 파운드리도 대만의 TSMC에 크기 뒤처진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6.5%로 TSMC(53.4%)와 격차가 크다.​

문제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메모리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의 특징을 가진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마침표를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76조7817억원으로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4% 줄어든 10조8520억원에 그쳤다. 특히 DS 사업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TSMC·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개발 73조원, 시설투자 60조원 등 13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경쟁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고, 팹리스와 파운드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부문을 키워 반도체 3대 분야 모두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

◆ 자금 여력은 어때?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이 회장은 1968년생으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이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오너로서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전무와 부사장, 사장을 각각 거친 뒤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실질적으로 삼성의 경영을 이끌어왔다.

이 회장은 5년 전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 형을 확정 받고 구속된 바 있다. 석방과 재수감을 번복한 끝에 가석방됐고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다.

이 회장의 취임으로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M&A 나선 것은 지난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품은 게 사실상 마지막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M&A 기업으로 영국의 1위 칩리스 기업 ARM이 거론되고 있다. 칩리스란 반도체 설계 자산(아키텍처, 컴퓨팅 시스템 설계의 기본 논리 구성 요소)을 통해 설계자산(IP) 라이선스 사업만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95%가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프로세서(AP)를 탑재하고 있다.​

다만 ARM은 각국의 독과점 관련 법률로 사실상 M&A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이 회장의 오너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사면을 받아 취업제한이 풀렸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으로 여전히 매주 1~2회씩 재판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 경영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에는 선임되지 않아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이 발표한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재 역시 삼성전자 입장에서 리스크다.

미국과 중국의 첨단기술 패권 전쟁이 격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는 1년간 수출을 포괄적으로 허가했으나,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은 높다.

◆ 선수 한 마디

삼성전자의 PER(주가수익비율)은 9.0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7배 수준이다. 경쟁사 SK하이닉스 PER 5.25배, PBR 0.85배보다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

실적 하향에도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에 투자 의견 및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내 대형주 중에서는 삼성전자를 선호한다"며 "가격하락에도 D램과 낸드는 양호한 OPM(영업이익률) 달성이 가능하고, 낸드 부문에서 큰 폭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SK하이닉스와 차별화된다. 또한 현금 보유 측면에서도 자금조달 필요성이 발생할 수 있는 SK하이닉스 대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각각의 원가 우위 및 충분한 현금 보유량으로, 감산을 통한 수익성 방어보다 시잠점유율 확대가 우월 전략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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