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냉전에서 살아남기

방기의 위험이냐 연루의 위험이냐 선택
고조되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김선엽 승인 2022.10.17 16:35 의견 0

동맹을 통한 안보 추구는 한 나라의 외교적 자율성을 제약한다. 한미동맹에도 이러한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제약 속에서도 한국이 누린 이점이 많았다.

한국은 초강대국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군사적으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영토를 지켜낼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는 수출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안전보장과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 한미동맹이 오히려 지금은 한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방기의 위험이냐 연루의 위험이냐

최근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에 놓여있다.

여기서 ‘방기’란 동맹국에게 버림 받는 것이며, ‘연루’는 동맹 관계로 인해 원치 않는 국제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말한다. 즉 한국은 미국이라는 동맹국으로부터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중 패권 경쟁에 연루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관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지하던 미국이 갑자기 일본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일본이 우경화를 폭주하며 재무장의 길을 가고, 한국에 사드(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체계)를 배치한 것은 모두 그 배경이 같다.

바로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의 아시아 전략 변화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기존의 한미 동맹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미일동맹의 하위파트너로 편입하려고 하고 있다.

고조되는 미중 패권 경쟁, 우리의 외교적 자율성은 어디에?

최용섭 교수(선문대 국제관계학과)는 신간 <신냉전에서 살아남기>에서 한국이 처한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주목하는 것은 ‘북한의 급속한 시장경제화’이다.

김정은 시대로 들어온 후 북한 사회는 급속하게 시장경제화 되고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가장 큰 특징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달리 이데올로기 주입을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강제하는 대신 시장경제를 활성화해서라도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돈주’라고 불리는 개인자본가의 발전이 두드러지며 이들이 역동적인 북한 경제 발전의 주역이 되고 있다.

저자는 북한이 시장경제 발전을 통해 경제적으로 번영한다면 오히려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부담이 되므로,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북한 정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정권 유지이지, 핵 보유가 절대적인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가 아니라 시장 주도의 남북경협

저자는 북한의 시장경제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한국의 혁신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B2B 플랫폼 방식의 남북경협을 제안한다. 이것은 기존의 남북경협 방식, 즉 접경지역 위주의 제한된 규모의 남북경협의 전철을 따르자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남북경협은 시장성보다는 정치적 당위성이 강조되면서 효율성과 파급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에 반해 저자가 제안하는 남북경협은 B2B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남북한 모두의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혁신적인 창업 기업이 B2B플랫폼을 통해 북한의 제조기업에 위탁하는 방식과 같은 시장 주도의 경협 방식이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종교(이념)는 분리시키고 상업은 결합시킨다”라는 호바트의 명언을 한반도에서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반도 평화블록을 안착시킬 때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용섭 지음 | 미지북스 |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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