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피해만 320억원" vs "임금 10년째 제자리"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도크 점령 40일째
대우조선해양·협력업체 직원, 불법파업 수사 촉구 집회 개최
사측 및 하청지회측 주장 엇갈려

박소연 승인 2022.07.11 17:27 | 최종 수정 2022.07.11 20:57 의견 0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이 파업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1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일부 노동자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간 지 이날로 40일째를 맞았다. 하청지회는 대우조선해양 22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주축인 조직이다.

​이들은 대우조선 협력사를 대상으로 △노조전임자 인정 △노조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

​​​​조합원 7명 중 6명은 조선소 1독(Dock)에 건조 중인 원유운반선 탱크 20m 높이 난간에 올라 농성 중이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탱크 바닥 철판으로 용접된 1㎥짜리 구조물에 용접으로 출입구를 막고 스스로를 감금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들이 1도크를 점령하면서 진수 작업이 중단됐다. 진수 작업은 배가 어느 정도 형태를 드러낼 경우 도크에 물을 들어오게 해서 배를 띄우는 작업을 말한다. 진수가 끝난 배는 후속 작업을 위해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진수 작업이 이처럼 장기간 중단된 것은 1973년 조선소 창립 이래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오전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하청지회 불법파업 수사 촉구 호소문을 배포하고 있다 .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대우조선해양·협력업체 직원 불법파업 수사 촉구

​이날 오전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임직원 20여 명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하청노동조합의 불법파업 수사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배포했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은 호소문을 통해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6월에만 2800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고, 파업이 계속될 경우 하루마다 매출감소 260억원, 고정비 손실 60억원이 발생한다"며 "오랜만에 조선 호황이 찾아왔지만,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 및 국가 경제 활성화 등의 기회가 불법 파업으로 물거품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 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해 법 질서를 바로 잡아 달리며 "생산 차질이 계속될 경우 대외 신뢰도 하락 및 천문학적 손실 등 대우조선해양은 회생 불능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직원 80여 명은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하청지회 불법파업 수사 촉구 집회를 열였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하청지회가 본격적인 불법 행위를 시작한 2021년 5개 사가 폐업을 했고 2022년 6월에 3개 사, 7월에 4개 사가 폐업하고 있다"며 "강재 가격이 반영된 선박 수주가 시작되는 등 조선업이 도약하려는 시점이었으나 하청지회 일부 조합원들의 극단적인 불법 파업으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청지회에 조합원이 있는 22개 사는 3명의 교섭 대표단을 꾸리고 3차수에 걸쳐 단체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하청지회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모든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교섭에 나설 의미가 없다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지난 7일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박 사장은 "지금 피해가 대우조선해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전체 조선업으로 확산돼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국가기간산업에서 벌어진 작업장 점거, 직원 폭행, 설비 파손, 작업 방해 같은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법질서를 바로잡아달라"고 촉구했다. ​

​​◆하청지회 "임금 인상 아니라, 삭감된 임금 회복해달라는 것"​

​대우조선 하청지회 측은 임금 인상안에 대해 30% 인상이 아니라 삭감된 임금을 회복해달라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하청지회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조선 1도크 탑재업체에서 15년 경력의 40대 중반하청노동자 수입은 2014년 4974만원에서 2021년 3429만원으로 임금이 31% 삭감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업계는 2010년 이후 조선사 간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 절감을 위한 사내 하도급이 고착화됐고,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해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

​또한 "불황기에 상여금 550%를 삭감했으면 호황기에는 원상회복시켜야 하지만 사측은 오히려 최저시급을 적용해 장시간 노동에도 저임금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청지회 측은 "구조조정, 부실매각으로 부실을 심화시킨 산업은행이 책임져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은 기성금 인상, 노조 인정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용산전쟁기념관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 80여명이 하청지회 불법파업 수사 촉구 집회를 가졌다. [사진=주주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노조vs노조 갈등 양상으로 번져

파업 장기화로 생산이 지연되면서 노조와 노조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파업 37일째인 지난 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일대에선 노동조합이 주최한 파업 지지 집회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벌어졌다.

​민주노총 조합원 3500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대우조선 남문에서 서문까지 1.2㎞ 구간을 행진하며 하청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

​반면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대우조선 현장책임자연합회 측 원·하청 노동자 4000명(경찰 추산)도 같은 시각 사내 민주광장에서 결의대회 하청노조의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조선소의 심장인 도크가 폐쇄됨에 따라 선후 공정인 선행, 가공, 조립, 의장, 도장 등 전 공정의 생산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어 사내 직영 및 협력사 2만명, 사외 생산협력사 및 기자재 협력사에 소속된 8만명 등 총 10만여 명의 생계 또한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며 "공종별 부하에 따라 O/T와 특근 조정, 야간작업 중단 등의 생산 일정 조정을 발표했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주간 근무 시간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장은 성명서를 내고 "대우조선노동조합이 35년간 수많은 투쟁을 해오면서 한 달간 진수를 막는 투쟁을 왜 안 했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며 "12일까지 하청지회 내부 토론을 통해 1도크가 진수할 수 있는 결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

​◆"임금 30% 인상 무리"... "2분기 실적 우려"

현재 협상은 요원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청지회 조합원들은 대우조선 소속 직원이 아닌 하청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협상 지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청업체의 30% 임금 인상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위기다.

​권수오 협력업체 협의회 대표는 "2014년에 비해 실수령액이 작아지거나 비슷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2014년에는 근로 시간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한 달에 조선소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380시간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무리 많이 일을 해도 240시간을 넘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원청으로부터 개별 협력사별 노사협의회를 거쳐서 4.5~7.5%까지 임금인상을 합의하고 취업규칙·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한 상태다. 하청지회에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조합원들만 일부 서명을 안 했다"고 덧붙였다.

​파업 사태가 장기화할 시 다가오는 2분기 실적에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 523%를 기록했다. 건조자금은 증가하는데 인도 대금은 감소해 유동성 부족도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로 인도 지연이 확정될 시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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