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3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영구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오버행(잠재적 물량 출회 가능성) 우려가 현실화됐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제9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에 대해 지난달 중도상환권 행사를 결정했으나, 채권자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전환권을 행사했다.
주당 전환 가액은 1만4706원으로 총 주식 수는 2039만9836주다. 오는 7월 14일 전환주식 수 전체가 상장될 예정이다. 전체 주식의 약 5.87%에 해당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6월 자본 확충을 위해 CB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1800억원, 1200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했다.
CB의 최초 금리는 2.28%였으나, 올해 6월 22일부터 2.5%p가 가산될 예정이었다. 이자 비용은 기존 7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증가한다.
대한항공은 이자가 오르기 전 CB 조기 상환청구권을 행사했고,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주식 전환을 결정했다.
◆ 유통 주식 수 증가로 주식 하락 우려... HMM 전례 있어
대규모 CB 전환 물량으로 대한항공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CB의 주식 전환은 총 주식수 증가에 따라 기존 지분가치를 희석하기 때문에 통상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주식 전환이 완료되면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5.5%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21일 기준 2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현재 주가의 절반 수준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셈이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CB에 대해 주식전환권을 행사하면서 HMM 주가 역시 하락한 바 있다.
산은은 지난해 6월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6000만주를 주당 5000원으로 전환했다. 공시 당시(6월 30일) HMM의 주가는 4만39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해진공 역시 HMM의 CB 8364만7009주를 주당 7173원의 가격으로 전환권을 행사했다. 공시일 기준(10월 26일) HMM의 주가는 2만9400원을 기록했다.
두 국책은행의 CB물량 주식 전환으로 HMM의 주식은 총 1억6000만주(현재 상장주식수 4억8903만 9496주)가 증가했다. 이 여파로 한때 5만1100원을 기록했던 HMM 주가는 올해 초 2만1100원까지 하락했다.
◆ 산은의 배임 이슈 해소...기존 주주는 '울상'
국책은행이 주식전환권 행사에 나서는 이유는 이익의 기회를 포기할 시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만큼 손해를 보고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HMM CB의 전환권을 행사하면서 1조8000억원의 전환이익을 거뒀다. 해진공 역시 약 1조7000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이번 대한항공 CB 전환으로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합산 평가차익은 25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자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재무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B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만큼 상환 시 부채가 아닌 자본이 줄어 부채비율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 희석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CB 주식 전환권 행사에 따른 주식 수 증가 등을 반영해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8.9% 하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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