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이정희 의장, 막후경영은 계속된다

한국거래소 "올해부터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만" 권고
이정희, 대표 시절부터 7년째 이사회 의장 맡아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직의 독립성에 대해 장기적으로 논의할 계획"

김나경 승인 2022.06.19 08:00 의견 0

이정희 유한양행 전 대표가 오랫동안 맡아온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가 기업지배보고서의 이사회 의장 독립성 판단 기준을 높였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유한양행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지표인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사회 의장의 독립성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만이 맡는 것으로 기준을 엄격하게 바꿨다.

대표이사 퇴임 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정희 의장으로서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올해 이사회 의장 7년 차다. 그는 대표를 맡은 2015년부터 6년 동안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였으며,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온 지난해 3월부터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퇴임 시 이사회에서 물러나던 전례와 달리 이 전 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남은 것.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를 칭한다. 사외이사는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사와 전혀 연관되지 않는 외부인사인데 반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가 있거나 관계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경우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

업계는 이 전 대표가 퇴임 이후에도 회사경영에 관여하는 이유에 대해 대표 시절 그의 경영성과가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이사회 독립성을 위해 기타비상무이사는 종전과 달리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책연구본부 전문위원은 "본래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위해 사외이사가 맡는 것이 원칙"이라며 "횡령, 배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부당한 거래 등을 방지하고 경영진을 감독하기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경영진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때문에 사외이사가 아닌 내부인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경우 자신이 하는 일을 스스로 감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사회의 본질적인 기능인 경영 활동에서 발생한 부정행위 적발이나 부실경영에 대한 견제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직의 독립성에 대해 장기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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