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허울 뿐인 이사회..브레이크 없는 배당금 잔치 원인 있었다

경영진 견제 힘든 이사회..사장이 이사회 의장 겸직, 사외이사 단 1명
실적 저조에도 고배당..영업이익 급감에도 오너일가 459억원 배당
연구개발비 비중은 경쟁사 대비 1/10 수준...'미래 투자 아쉽다' 지적

김나경 승인 2022.06.10 20:00 | 최종 수정 2022.06.29 14:41 의견 0

저조한 실적에도 고액 배당 등으로 논란을 겪었던 동서그룹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금융감독원 기업지배구조보고서공시에 따르면 ㈜동서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중 11개 항목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동서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특히, 배당정책 등의 주주총회 안을 정하는 이사회가 문제였다.

금융위원회는 기업지배구조 세부원칙으로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를 두도록 했다.

하지만 ㈜동서 이사회의 사외이사는 단 1명으로, 나머지는 사내이사 이창환 ㈜동서 회장, 김종원 ㈜동서 사장, 윤세철 ㈜동서 부사장 구성됐다.

이사회 의장은 경영자인 김종원 사장이 맡았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경영자를 분리하는 추세에 역행한 것이다.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 역시 부재했다. ㈜동서의 별도재무재표 기준 자산총액은 1조5613억원으로 상법상 의무대상인 2조원이 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이러한 ㈜동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기말배당금 역시 700원으로 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690억원으로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인 배당금 성향이 60.9%에 이른다. 코스피 평균 배당성향은 26.29%다.

문제는 ㈜동서의 배당성향이 회사 실적과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84억원, 당기순이익은 1151억원으로 각각 14.86%, 4.56% 감소했다.

주요 자회사인 동서식품의 실적 역시 커피믹스 시장 축소와 함께 10년가량 침체되어 있다. 동시식품은 2011년 매출 1조5000억원, 2013년 영업이익 2000억대에 진입한 이후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반면, 오너 일가는 올해 고배당을 통해 459억원가량을 가져갔다. ㈜동서의 고배당 정책은 첫 배당을 시작한 2003년도부터 지속되고 있으며 당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68%에 달했다.

올해 3월말 기준 ㈜동서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73.54%로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헌 전 동서그룹 회장 지분이 16.94%, 차남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지분이 18.95%, 오너 3세 김종희 동서전무 지분 12.59% 등 오너일가 지분이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을 때는 배당을 줄이고 투자를 하여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게 일반론이다”라고 전했다.

㈜동서의 최근 3년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0.1%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타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CJ제일제당이 1.06%, 롯데푸드가 1.09%, 농심이 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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