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이번엔 공정위 과징금...ESG 경영 '헛스윙'

국내 계열사 주식 보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3600만원 처분 받아
필름사업부 매각이라는 호재 희석돼...주주들 불만
지난해 최신원 전 SK네트웍스의 배임·횡령 발생...지배구조 취약

박소연 승인 2022.06.10 15:41 | 최종 수정 2022.06.17 09:02 의견 0

SK그룹의 중간지주사 SKC가 취득이 금지된 국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최근 인더스트리사업(필름사업) 매각이라는 호재로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었지만, 이번 공정위의 제재로 희석되고 말았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SKC는 손자회사가 아닌 국내 계열사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주식을 2015년 1월 1일부터 2019년 4월 10일까지 4년 3개월가량 소유한 이유로 3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는 정상억 대표가 2014년 3월 설립한 사모투자펀드다. 설립 당시 정 대표(40%), SKC(36%), 케이에이치인베스트먼트(24%)가 각각 지분을 보유했다.

​파라투스는 2014년 SKC와 공동으로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인 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인수했다.

​SKC가 투자에 참여한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지분이 문제가 된 것은 정 대표가 2014년 연말 SK바이오랜드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임원이 되면서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등이 SK의 계열사가 됐다.

​공정거래법 제8조에서는 일반 지주회사의 자회사나 손자회사가 아닌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의 벌금 부과로 SKC의 필름사업부 매각이라는 호재가 희석됐다.

​SKC는 최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필름사업부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거래 대상은 SKC의 필름사업부문과 필름가공 자회사 SKC하이테크앤마케팅, 미국과 중국 사업장으로 계약금액은 1조6000억원이다. ​

​증권업계에서는 필름사업부 매각이 SKC의 기업가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구사업 매각을 통한 신사업 매출 비중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 상승이 가능하고, 매각 자금을 새로운 성장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필름사업부 매각 소식에 이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소식이 발표되면서 SKC의 주가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거래일(3일) 16만5500원에 거래됐던 SKC의 주가는 7일 종가 기준 15만3500원으로 떨어졌다.

​이번 공정위의 제재로 SKC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C는 지난해부터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해왔다. SKC는 지난해 3월 이사회 거버넌스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역할 및 독립성 강화, ESG 경영 가치 창출에 대한 이사회 기여도 제고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위해 SKC는 ESG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인사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신설했다. 또한 3개 위원회 및 감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SKC가 지난해 거버넌스 개선에 나선 이유는 지난 3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SKC의 자회사)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최 전 회장의 SKC 관련 배임 혐의 금액은 1236억원, 횡령 혐의 금액은 99억원이다.

당시 SKC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평가하는 ESG 등급에서 G(지배구조) 등급이 A에서 B로 2단계나 하락했다.

​지난해 말 KCGS 등급 평가에서 SKC의 지배구조 등급은 B에서 B+로 상향조정 됐지만 또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SKC는 필름사업부를 매각하며 친환경 중심의 ESG 소재 솔루션 기업을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으나 여전히 지배구조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CGS 관계자는 "공정위 제재건은 감점사항이며 규모나 사안의 중요성을 보고 판단한다"며 "등급 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차후 논의해봐야 하지만 심화평가에서 지배구조 리스크 관련 사항으로 감점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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