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얼마나 줄었길래...조선업계, 슈퍼사이클 무색한 '인력난'
조선업 인력 2014년 20만3000명→지난해 9만2000명으로 감소
낮은 임금 및 열악한 노동환경이 원인
건조 공정 차질 우려...일본 조선업 반면교사 삼아야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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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5 14:20 | 최종 수정 2022.06.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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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1분기 전 세계 수주 1위를 차지하는 등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2~3년 치 일감이 확보됐지만 정작 선박 건조에 필요한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15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선박 발주량 920만CGT(259척)의 약 50%인 457만CGT(97척)을 수주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조선 3사의 올해 1분기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연간 수주 목표의 40%를 이미 초과 달성했고, 삼성중공업은 20%가량을 달성했다.
수주 호황을 맞이했지만, 현재 배를 건조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발주한 컨테이너선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물량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업황이 호황이었던 2014년 조선업 인력 규모는 20만3000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만2000명으로 약 5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부족한 인력은 용접 등 생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인력을 비롯해 설계·생산관리 등 기술력에 대한 수요도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조선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유는 조선업계가 긴 불황에 시달리면서 업체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탓이다. 이탈한 인력은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을 이유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국내 조선 3사의 임금을 비교해보면 한국조선해양 지난해 1인 평균임금은 6363만원으로 2018년 6560만원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 2018년 6987만원에서 지난해 5922만원으로 임금이 하락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종 자체가 다른 업종에 비해 일이 위험하기도 하고, 외부 작업이라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장기간 구조조정으로 언론을 통해 조선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됐다"며 "수주 호황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인력 유입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후 인력 부족으로 건조 공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박 인도 기한을 넘길 경우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신규 인력 및 외부 인력 유입이다.
최근 현대중공업 그룹은 대규모 생산직 경력 채용에 나섰다. 이번 채용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생산 직원들의 상당수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같은 조선산업 안에서 발생하는 경력직 인력 유입은 고용구조나 시스템 등 전체적인 산업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조선업을 보고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70년대 세계 조선업에서 우위를 점했던 일본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한국에 순위를 밀리고 이후 중국에도 뒤처지게 된다.
이는 1970년대 후반 석유 파동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감행한 여파다. 국가 차원에서 조선업에 대한 인력·설비를 감축했으며, 연구개발(R&D) 비용도 대폭 삭감했다.
김 교수는 "과거 장기불황일 때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한 일본은 2000년대 들어와 조선 시황이 상당히 좋아졌을 때 대처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도 몇 년 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많이 줄였다. 조선업이 ICT, 스마트 선박 등 4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신규 인력이 충원되지 않을 시 시장의 우위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대학에서 조선 관련 학과에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등 신규 인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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