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론] 부회장님의 자사주 매입? LG엔솔의 부적절한 발표

권영수 부회장의 주식 매입에 LG엔솔 주가 올랐지만
'자사주' 표현 아쉬워...'경영진=대리인' 지켜줬으면

김선엽 승인 2022.04.15 11:25 의견 0

LG에너지솔루션이 15일 공시를 발표했다. 대표이사인 권영수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1000주 매입했다는 공시다. 무려 4억2000만원 어치다.

기업의 경영자가 자신의 사비를 들여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투자자들도 좋은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도 오랜 침체기를 지나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문제는 발표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CEO 권영수 부회장 자사주 매입 공시'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 본문도 "LG에너지솔루션은 15일 CEO 권영수 부회장이 자사주 1000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매수한 1000주의 주식은 자사주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 주식을 매입하면 그것은 자사주이지만 경영자가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주식을 산다고 해서 그것이 자사주가 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또한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하지만 권 부회장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은 의결권이 살아 있다. 유통주식수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기업들의 이런 보도자료 발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네이버 역시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CFO가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경영진의 먹튀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카카오페이 역시 경영진이 자사주를 재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자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겠지만 부적절한 표현이다. 버젓이 의결권이 살아있는 주식을 자사주라 표현하면 안 된다.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기업들의 이런 발표 관행이 혹시 '회사=대표이사'라는 등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위임을 받아 회사를 경영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표이사는 주주가 직접 투표로 뽑은 것도 아니다. 이사회에서 선임했을 뿐이다. 정치에 대입하면 국회의원들끼리 투표로 뽑은 국회의장에 불과하다.

행여나 국회의장이 '짐이 곧 국가'라고 생각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책임 경영을 펼치겠다는 경영진의 좋은 의도가 과도한 욕심으로 빛이 바랜 듯싶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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