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올라탄 제지업계...친환경 포장지로 플라스틱 잠재운다

종이 없는 사회로의 전환..."오히려 기회될 수도"

최희진 승인 2021.10.26 15:46 의견 0

종이컵과 종이 빨대 [사진=펙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제지업계도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지업계가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업무환경 추구로 위기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친환경 추구 기업이 늘어나며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종이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밀키트 전문기업 마이셰프 플라스틱·비닐 포장재를 친환경 패키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측은 밀키트용 친환경 패키지 공동 연구·개발 등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우선 올해 안에 마이셰프에서 판매량이 가장 높은 3개 제품의 포장 용기를 한솔제지 플라스틱 프리(PE Free) 종이 용기 ‘테라바스’(Terravas)로 바꿔나간다. 향후 점차 확대 적용해 오는 2023년까지 단계별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친환경 종이 연포장재 ‘프로테고’(Protego) 식재료용 포장재 적용 테스트를 거쳐 오는 2025년까지 기존 비닐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패키지의 최소화·친환경화를 위해 제품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무림페이퍼는 친환경 종이 브랜드 '네오포레'를 앞세워 친환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오포레는 출시 당시 종이빨대와 종이컵 재료로 쓰였지만 최근엔 택배용 비닐 완충재를 대체할 수 있는 종이 완충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제지업계는 자체 상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롯데제과와 코오롱스포츠 등 타 업종과 협업 범위를 넓히면서 친환경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지업계의 새로운 고객이 된 식음료업계는 친환경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10월 말부터 생산되는 스타벅스 컵 커피 제품에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빨대를 도입한다.

종이 빨대가 적용되는 품목은 스타벅스 컵 커피 제품 ▲카페라떼 ▲스키니 라떼 ▲에스프레소 ▲스무스 아메리카노 270ml 규격 전 제품이다. 오는 12월에는 스타벅스 컵 커피 200ml 규격 전 제품으로 확대하고 이어 2022년에는 맥심 티오피(Maxim T.O.P) 컵 커피 제품에도 종이 빨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나아가 씨앤제이글로벌은 최근 수성 코팅기법을 활용한 친환경 종이 용기를 개발했다. PE 대신 친환경 수성 코팅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3년 전부터 종이 빨대를 도입한 스타벅스는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얻었다. 전 세계 최초로 사용한 종이 빨대였으나 연간 1억8000만개(126t) 이상의 플라스틱 빨대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빨대 없이 사용하는 리드(뚜껑)도 함께 도입해 일회용 빨대 사용량을 연간 40% 이상 감축시켰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종이 빨대의 경우 큰 수익률 보장은 어려우나 시장에서 베타테스트로 이용 가능하기 가장 용이하다”며 “종이 빨대로 시장 확보와 현황을 분석해 차후 추가적인 상품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SG의 핵심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다. 기업은 주주와 기업종사자, 고객,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기업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즉, ESG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희박해지기에 장기적이 투자 수익률 보장이 어렵다. 전 세계 기업들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핑크 최고경영자는 2020년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 ESG성과가 나쁜 기업에는 결코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ESG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용기 생산량은 11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략 21억 개의 용기가 생산된 셈이다.

이러한 배달 용기 증가 현황과 정부의 탈(脫) 플라스틱 대책 마련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제지업계는 오히려 페이퍼리스 위기가 아닌 ESG 특수를 노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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