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위원회만 5개 만든 JP모건 이사회...국내 금융사는

해외 금융사 ESG 조직구조 및 프로세스 가속
국내 금융사 ESG 역량 확보 아직 미흡

박소연 승인 2021.08.19 14:58 의견 0
<사진=픽사베이>

국내 금융사들이 경영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ESG 요소가 실제 경영에 충실히 반영되고 투자자의 ESG 요구에 부합한 금융상품으로 연결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본시장연구원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해외 금융사의 ESG 경영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해외 주요 금융사의 사례를 제시하며 ​ESG 경영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명확한 ESG 원칙과 프로세스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금융사에서는 이사회 내 ESG를 담당하는 전담 위원회가 늘어나고 있다. 다수의 경우 ESG 이슈는 기존의 이사회 위원회 구조를 유지하면서 사항별로 ESG 이슈를 관리하거나 ESG 자문위원회를 설치하여 대응하는 추세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의 경우 기존의 5개 이사회 위원회에서 ESG를 사안에 따라 담당하고 있다. 가령, 임직원 다양성·임금수준 등 사회(S)에 해당되는 ESG 이슈는 보상경영발전위원회(Compensation and Management Development Committee)에서 관리하며, 사회적 투자·지속가능성 등 환경(E)에 관한 사항은 공공책임위원회(Public Responsibility Committee)에서 담당한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경우 기존 공공책임위원회(Public Responsibility Committee)​가 전사 ESG 이슈를 담당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도 기존 기업문화책임위원회(Corporate Culture and Responsibility Committee)가 ESG를 전담하도록 역할이 확대됐다.

​해외 금융사의 ESG 협의회 구축도 늘어나는 추세다. ESG 협의회는 ESG와 관련된 사항에 이사회와 사업부문 간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조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4개 주요 사업부문에 각각 지속가능위원회(Sustainability Council)을 구축하고, 2019년에는 사업부문 간 ESG 이슈를 조율하는 지속가능금융그룹(Sustainable Finance GroupSustainable Finance Group)을 신설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2019년 CEO가 의장인 ESG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고 해당 ESG 자문위원회 산하에 4개의 ESG 소위원회(working group)를 두고 있다.

​최 선임연구원은 ESG 경영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원칙 및 프로세스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SG 원칙은 ESG 요소가 금융사의 일상적인 운영과 영업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고, 사내 ESG 문화 구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골드만삭스의 주요 ESG 원칙의 핵심은 ESG 요소를 시장 리스크, 신용 리스크와 같이 중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간주하고, 모든 주요 사업에서 ESG 리스크를 평가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JP모건의 ESG 원칙은 프로젝트 파이낸스, 신디케이트론, 유가증권 인수, 사모 발행, 재무자문 등 모든 주요 자금의 공급 및 중개 업무에 적용된다.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ESG 역량을 타 기업에 전수하는 수단인 기업관여 역시 ​ESG 경영의 중요한 기능에 속한다. 금융사는 기업관여를 통해 고객 또는 투자 기업에 우려되는 ESG 사항을 인지시켜주고 추가적인 정보 제공, 공시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20년 211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3501건의 기업관여를 실시했으며, 영국 HSBC는 자산운용 및 투자은행 사업을 중심으로 2020년 2300건의 ESG 이슈와 관련해 기업관여를 수행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도 ​국제적 환경 및 책임투자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고, 이사회 내 ESG 전담 위원회 설치·ESG 협의회 구축 등 ESG 경영의 토대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면 ESG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ESG 금융시장은 단기간에 높은 성장세를 달성하고, ESG 역량은 금융사의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도 ESG 역량 확보를 위해 체계적이고 꾸준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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