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장님' 언제까지...30대 기업조차 겸임 '횡횡'

거래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 맡도록 가이드했지만
30대 기업 중 절반이 지침 위반..이사회 독립성 저해 요인
이사회, 최고상시의사결정기구인데...주주권익 보호 한계

김선엽 승인 2021.07.12 15:04 의견 0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재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상훈 전 의장의 후임이다. 이 전 의장은 사내이사였지만 박 의장은 사외이사다. 삼성전자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들이 최근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를 확립하겠다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나아가 의장에 사내가 아닌 사외인사를 선임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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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사회 박재완 의장<사진=삼성전자 제공>

기업들이 이사회 의장직에 외부 인사를 앉히는 것은 경영 투명성 제고와 주주권익 보호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우리 기업 환경에서는 이사회의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대표이사의 결정사항을 이사회가 추후 승인하는 양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기업 내 최고 상설 의사결정기구라고 하지만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지 못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이사는 주총이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주주 입장에서 보면 대표이사는 직선제로 선출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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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기업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중첩 현황

때문에 대표이사를 견제할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경영진에 속하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경우 유착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여대야소' 국회로는 청와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가이드라인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인 경우 핵심지표를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아직 상당수 기업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이사회 의장을 사내이사나 관계사 임원이 맡는 경우도 있다.

국내 시총 30위 내 기업을 살펴보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엄격히 분리된 기업은 15개다. 11개사는 CEO가 의장을 겸하고 나머지 4개 기업도 그룹 사람이 의장직을 꿰찼다.

삼성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SDI와 삼성SDS에서 대표이사와 의장이 동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김태한 전 대표가 의장이다.

SK의 경우 지주사 SK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모두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다만 올해 상장한 SKIET는 노재석 대표이사가 의장직을 겸한다.

NC소프트 관계자는 "다른 게임사의 경우 창립자가 현업에서 물러나서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는 반면에 우리는 김택진 대표가 개발까지 총괄할 정도로 경영 현안을 직접 다루기 때문에 책임 경영 차원에서 겸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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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겸 이사회 의장<사진=현대차 제공>

삼성SDI 측은 "전영현 대표의 전기전자 및 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안목과 사업운영에 대한 역량, 이사회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관련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른 역할과 책임을 적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감안하여 이사회에서 전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토록 결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있으므로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룹마다 분위기도 달라서, 일부 그룹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지만 어떤 그룹은 총수가 모두 겸직하는 것이 책임경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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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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